경남에서 행정구역이 거론되는 지역은 6개 시·군이다. 진주-사천이 가장 의견이 분분하고 통영-거제-고성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 향방을 탐색하고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지난 24·25일 이틀 동안 이들 지역을 차례로 방문하고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확인된 바에 의하면 하나의 공통점이 나타난다. 즉 통합의 핵심주체를 중심으로 찬반의견이 대립하는 것이 그것이다.

 행정구역 통합이 흡수가 아닌 양방향 상생의 대등 통합으로 기본 취지가 세워져 있지만 주민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2개 이상 복수 지역 중 대체로 거점지는 통합을 환영하는 추세이나,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떨떠름한 입장에 서 있음을 알게 한다. 통영-거제-고성의 경우 통영시는 반기는 것 같지만 거제시와 고성군은 반대쪽이 우세한 것 같다. 진주와 사천은 사천시의 반발이 매우 극심한데 시민들이 반대추진위까지 구성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어 전도가 밝지 않은 편이다.

 상대적 열세에 놓인 지역이 통합을 꺼리는 것은 현실여건상 아무래도 거점지에 비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함안군이 창원시와의 통합을 희망하는 현상은 별개다. 통합으로 땅값이 상승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현상이라면 다른 거론 지역과는 별도의 선후책이 필요할 것이다.

 행정구역 통합의 기본 구심력은 주민 자율이다. 그러나 전국 시범지구인 통합 창원시는 완전히 주민의사에 따라 결행된 예는 아니다. 여론조사는 간접적인 민의만 반영됐을 뿐이며 의회의 결정 역시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배제한 채 진행된 것이다. 옛 3개 시 지역 간 시민 갈등이 첨예하고 특히 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이 계속 분리를 주장하는 명분도 시민들의 제한적인 참여를 자율로 인정치 않는 데서 시발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는 시·군 행정통합은 비록 기초자료수집단계라고는 하나 이 핵심 요체를 전적으로 존중하는 차원에서 추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적을 올릴 목적으로 물리적 통합을 강제한다면 지역별로 민심은 반기를 들 것이다. 주민투표에 의한 철저한 자율성 보장만이 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