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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바다가 육지라면...
서삼석 전 무안군수
 
서삼석 전 무안군수 기사입력  2015/04/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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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멀고먼지 그리운 서울은 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갑니다”로 시작하는 가수 조미미의 노랫말의 도입부다.

 약간은 구슬프게 때로는 처량하게 들릴 듯 말 듯 하는 이 노래는 “바다가 육지라면 배 떠난 부두에서 울고 있지 않을 것을”, “눈물은 없었을 것을”로 노랫말을 맺는다.

 가사 없이 부르노라면 그냥 대중가요의 한 장르에 불과한 트로트의 맛보기일 뿐인데 오랜 시간을 통해서 만인의 입으로 불리어진 까닭은 왜 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가사를 음미해 보면 한눈에 섬 전체의 풍광이 그려지고 한순간에 장면이 겹치면서 팩트를 던져 푸르디푸른 바다위에 고즈넉이 떠 있는 섬 전체를 화폭에 담아 놓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유추해 본다.

 구겨진 하얀 손수건 너머로 붉다 못해 파래진 눈시울은 그리도 맑을까만 애타는 심정은 부여  잡을 수 없어 온 바다를 적시고도 남았지 않았을까 싶다. 섬사람들만이 오직 느끼고 살았던 지독한 향수라서 서울 사는 깍쟁이가 읽을 줄이야 만무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온통 그 생각에 그 그림뿐이다.

 다음으로는, 비교할 바 없는 아름다운 낭만의 세계를 연주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976년도에 제작 되었다고 하니까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흑백텔레비전을 시청하던 때라서 묘사와 전달에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노래가 주는 이별, 눈물, 한 맺힌 호소만큼은 충분히 전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조용히 눈을 감고 지금은 골동품이 되어 버린 LP판을 돌리면서 감상하는 모습을 연상해 보라. 오후 한 때 진한 커피 향과 파이프의 연기가 하모니를 이루어 다시금 명화의 한 장면을 찍고 있는 기분이 들것이며, 창 너머 멀리 떠나는 연락선의 검은 연기가 길게 드리워지면서 한 없이 빨려 들어가게 됨으로 인해서 더 많은 이들이 지금도 잊지 않고 불러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오직 인간성이 살이 있는 휴면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시대여서 인지는 몰라도 부르고 불리 우는 것들이 대등소이 하여 한줌 안에 쥘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바다가 육지라면, 왠 새로운 이름의 라면이 출시되었나 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수 있고, 자동차가 줄 달리고 물산이 풍부해지면서 소득이 배가 되어서 상대적 빈곤감을 탈피하는 절호의 찬스를 맞겠지만, 분명한 것은 알게 모르게 잃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바로 섬이 갖고 있는 정체성 말이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지 보존해야 할 가치의 엄청난 자산이다. 잃거나 훼손이 되어 버리면 다시는 원형의 복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온 문화를 말하는 것으로서, 바다가 육지라면, 물류비가 적게 들고, 응급환자 이송이 간편해져서 생명을 살리게 되며, 유동 인구의 증가로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 되는 등의 많은 이점이 얼마든지 있다.

 섬이라는 태생적인 한계에 이르게 되면 육지와의 수평적인 경쟁에서 어떻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인가를 연구해 내야하고, 특수한 지역의 사정을 몰이해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내는 방법도 강구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염려 된다.

 그렇다고 온전히 전에 있었던 회한과 가슴앓이, 눈물이 없어지기야 하겠는가마는 육지가 바다가 되는 일은 재앙 일 것이니 분명 바다가 육지가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염려와 우려를 찾아서 대비해야 한다.

 조미미는 갔어도 그 노래는 영원히 남는 것처럼, 바다가 육지가 되더라도 섬이 갖고 있는 혼만큼은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불멸했으면 한다.

(조미미 -바다가 육지라면 https://www.youtube.com/watch?v=bsFDfGM_OsY )

◈서삼석 걸어온 길
▲무안군 출생(1958)
▲조선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전남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전남대학교 대학원 NGO학박사
▲제5대 전라남도 도의원
▲제6대 전라남도 도의원
▲제42대 무안군 군수
▲제43대 무안군 군수
▲제44대 무안군 군수
▲제2회 풀뿌리 민주대상 광역의원우수상(2001)
▲제4회 풀뿌리 민주대상 우수단체장상(2003)
▲한국언론인 포럼 지방자치대상(2006)
▲전남투자유치대상 최우수시군 선정(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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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21 [08:18]  최종편집: ⓒ ror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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