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춤추는 풍선
시인 김경애

'목포 기온 31도'
오후 2시 영어수업이 끝나고 수학학원을 가기 위해
딸아이를 차에 태우고 전자상가를 지나는데
사람모양의 노랑, 빨강풍선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소현아, 노랑풍선과 빨강풍선 중에 누가 더 춤 잘 추냐?"
 "노랑풍선이 더 많이 자빠지고 뒤집어지니까 노랑풍선이요"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에 속물 같은 내 속을 들켜 버린 것 같아 씁쓸한데
자빠지고 뒤집어진다는 말이 우스워서 웃었다

밤이 될 때까지 자빠지고 뒤집어진다는 말이 자꾸 따라 다닌다
살아간다는 것이 막막해서 매 순간 자빠지고 뒤집어지기를 수십 번
 "얘들아, 춤추는 풍선 말이야. 그거 너무 우습지 않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녀석 춤추는 풍선이 된다
자빠지고 뒤집어지고 얼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손가락까지 털면서,
아들은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풍선의 모습을 설명까지 해대며
딸아이는 이렇게 자빠지고 뒤집어져야 춤 잘 추는 풍선이라며,
내가 웃다가 너무 웃다가 배가 아프도록 웃다가 눈물까지 흘리니까
이 녀석들 엄마가 기뻐하는 줄 알고 더 신이 나서 풍선 흉내를 낸다
그런데 자꾸 웃다가 슬퍼지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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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비 내리는 선창
시인 김경애

비 내리는 선창은
젖은 눈물이기보다는
늦은 오후, 술에 취해 돌아온
아버지의 뜨거운 가슴 같은 것
비바람 치는 선상에서
아버지의 그늘을 생각해 본다
폭풍 같은 많은 날을 보내며
빗물처럼 우우우 울고 싶은 날 있었을까
꽃잎 같은 딸을 삼켜버린 바다를 바라보며
컥컥 목 놓아 울고 싶던 저린 날들조차
펼쳐놓고 뒤돌아보면 세상살이 다 아름다웠다
말하실 것 같은 아버지
지금도 가끔,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싶은 날 있으실까
유달산 자락 어딘가에서
술 취한 아버지의 뒷모습만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서 있던 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속 뜨거운 것들이 뭉클거리고
흐물흐물 비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김경애 시인 약력
▲2011년 <문학과 의식>등단 ▲목포시문학회, 살아있는 시 동인 ▲무안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