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 중에서 당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아 공직자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15명이며, 이들은 1심 또는 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직위를 상실할 위기에 놓여있다. 광주ㆍ전남 지역에서는 노희용 동구청장, 유두석 장성군수, 김철주 무안군수, 김성 장흥군수 등 4명이다.

　무안군의 경우 민선 6기를 맞이하여 과거의 악령인 기업도시의 잔재를 훌훌 털어내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김철주 군수가 지난해 주재기자에게 조의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이 화근이 돼 1심 공판에서 당선 무효형의 선고를 받았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6월 4일 열린다.

　그래서인지 진즉부터 이곳저곳에서 보궐선거를 운운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일부 인사들은 지역단체의 대소행사에 서둘러 얼굴을 내밀며 은근히 차기 군수출마의 의향을 비치기도 한다. 어디 그 뿐이랴. 사건의 당사자와는 무관한 일부 사람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도록 여론몰이를 하거나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제자 안연이 스승인 공자에게 인(仁)을 어떻게 행할 것인지를 묻자, 공자는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이라고 답했다.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가르침으로, 모름지기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는 뜻이다.

　우리가 성인이 아닐진대 그와 같이 인(仁)을 행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재 항소심에서 재판 중인 사건으로 아직 사법부의 정당한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함부로 이를 예단하여 가십거리로 삼는 일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며 예의가 아니다. 나아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이른바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한 헌법 정신(제27조 4항)을 크게 훼손시키는 일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에는 망자의 유족을 위로하고자 적지만 작은 정성을 담아 조의금을 전달하는 관행이 있어 왔고, 분명 아름다운 전통문화의 하나로써 오랜 동안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이를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면 위반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며, 당해 법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고 해서 쉽게 용서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구성요건에 상응하여 형벌을 부과할 때는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사법부의 권한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므로 일반인은 그 결과의 추이를 기다리는 미덕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압도적인 지지로 지금의 군수를 선택한 무안군민의 입장에서는 소소한 일로 곤욕을 치르는 당사자에 대하여 오히려 연민의 정을 가질 수도 있는 일이다.

　논어 '옹야편'에 공자의 제자 자유는 행불유경(行不由徑)이라고 했다. 길을 가고자 하면 지름길을 택하지 말고 큰길로 가라는 뜻으로 행동을 공명정대하게 하라는 말이다. 모름지기 선출된 공직자라면 과거를 개혁하고 인사를 혁신하여 마땅히 대로행(大路行)하여야 하며, 언제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또한 공직자는 고인 물조차도 발 담그기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안군은 예로부터 농업에 힘써 평안을 도모하는 무농안민(務農安民)의 곳이요, 지리적으로 대단히 수려한 곳이다. 리아스식 해안이 펼쳐지고 청정한 갯벌에서는 여타지역에서 맛보기 어려운 세발낙지와 숭어가 뛰어놀고 있다. 적당한 해풍과 질 좋은 황토 흙이 빚어내는 양파와 마늘은 전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도청소재지인 무안은 신도시개발이 확산되면서 인구 유입이 꾸준히 늘어나 무안시 승격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재양성을 위한 통합거점고교인 '무안고등학교'가 올 3월 무안읍에 정식 개교함으로써 젊은 인구의 유입과 함께 명실상부하게 서남권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게 됐다.

　무안이 조속히 안정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질서의 회복을 통해 무안군과 지역민의 사회통합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적으로 의도된 행위가 아닌,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으로 무안군이 다시 보궐선거를 치러야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최악의 사태만은 면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지역민으로서 누구나 가지게 되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한편 현재까지 당선무효가 될 수 있는 형을 받은 단체장 중에는 권선택 대전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영순 경기도 구리시장, 김맹곤 경남 김해시장 등이 포함돼 있어 유독 야권에게 더 엄격히 선거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