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27 재·보궐 선거의 결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통 큰 정치’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그가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정동영식 경선 방법’에 결국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양보함으로써 당시 민주당 대권주자가 현실의 쓰디쓴 맛을 봤을 때만 해도 손학규의 이미지는 친서민적이긴 하지만 정치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가 2%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28 재보선에서 수원 장안의 ‘이찬열 지역위원장을 밀겠다’며 끝내 민주당의 간곡한 전략공천을 고사했을 때에도 “당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지역 토박이로 가야한다”는 그의 지론은 단지 선거패배를 대비한 책임 회피용에 불과하다는 비아냥거림으로 메아리쳤다.

  민주당의 대표직에 오른 그가 이번 재보선을 진두지휘할 때에도 소위 다혈질의 일부 민주당원들은 ‘손학규의 통 큰 양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권연대라는 미명 아래 ‘김해 을’을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측 사람인 이봉수 후보에게 넘기고 호남의 텃밭인 순천을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에게 내주었을 때 좌절하고 실망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음은 이미 주지하는 바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아성으로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리는 ‘분당 을’에서 그가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입후보를 승낙했을 때 “또 손학규다운 어리석은 짓을 하는구나.”고 개탄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항상 손학규는 손해 보는 정치를 했다. 때로는 무한히 양보하고 때로는 극한에 도전을 하며, 그는 마치 외줄을 타고 나는 곡예사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잘나가던 한나라당을 뛰쳐나올 때부터 이 모든 일들은 절대자에 의해 예정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학규, 그는 오르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양보와 화합을 통해 당당히 일어서고자 했다. 그러한 그를 지켜보며 필자는 지난해 늦가을 재보선 직후 춘천으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손학규가 아름답다’(호남매일 2010. 11. 2)고 단언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번 재보선에서 나타난 결과는 손학규만이 가지는 그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그것은 국민 한가운데 선 그가 그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에게 당과 정파를 떠나서 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일관된 행보야말로 이번에 차기대권을 향한 결코 작지 않은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게 된 초석이 됐다. 그가 서슴지 않고 내준 양보의 떡을 먹은 쪽에서는 그의 신의에 반드시 복종해야 할 소명이 있다. 여타지역은 물론이려니와 자신이 나선 지역구의 칼날 위를 걸으면서도 또 다른 절대 열세지역인 강원도를 사수하기 위해 그는 온몸으로 울었다. 급기야 그의 울음이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의 지지도는 비록 두 자리 대를 얻었다지만 여전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며 ‘친노 텃밭’인 김해 을의 경우처럼 선거일 임박해서 ‘특임장관 선거지시 수첩’ 등 여러 악재가 터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총리에서 낙마하고 김해출신도 아닌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나 홀로 선거’를 통해 승리를 거머쥔 것을 보면 이른바 ‘친이계’의 영향력과 잠재력, 그리고 그 파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리 길도 한 걸음을 떼면서 비롯되는 법이다. 소통의 정치에 목마르다 못해 고사 상태에 놓인 국민은 양보와 화합으로 일관하는 손학규의 통 큰 정치가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가 한때 정치스승으로 모셨던 분이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고 했다. 지금은 비록 가는 길이 갈렸지만 오늘의 손학규가 끝내 마다할 수 없는 덕담이 아닐 수 없다.

◈박일훈 교수 프로필
▲법학박사(일본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노령신문 수석논설위원 ▲무안문인협회 회장 ▲남도문학회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