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밤이 깊었다. 나비축제와 관련 글을 쓰려니 무척이나 무겁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은 왔는데 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추구(推句) 글에 “春意無分別(춘의무분별)이오 人情有淺深(인정유천심)”이라고 했다. 즉 “봄이 온 뜻은 분별이 없어도, 인간의 정은 깊고 얕음이 있도다.”라고 했다. 인간의 간사함을 이른 말이다.

  제13회 함평나비대축제가 성공리에 끝났다고 한다. 참 좋은 말이며, 몇 번을 칭찬해도 또 하고 싶은 칭찬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고금(古今)을 통해 예(禮)를 숭상(崇尙)해 왔다. 민선5기 함평군 거함(巨艦)을 이끄는 선장(船長) 안병호 함평군수도 평소 예(禮)를 많이 강조해 왔다. 그리고 축협 조합장 시절에도 많이 강조하여 들어왔었다.

  안병호 군수는 민선 5기 군수로서 처음 ‘함평나비축제’를 주관했다. 안병호 군수 체제에서는 어찌 판단했던 ‘함평나비축제’는 이석형 군수 체제하에서 ‘전국적·세계적 축제’로 도약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는 ‘제13회 함평나비대축제’ 개막식에 나비축제를 위해 12년간 몸부림치며 지금에 ‘함평=나비=희망’이라는 창조를 만든 전임 이석형 군수가 보이지 않아 으아 해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비축제 도중 ‘나비 신화 창조’의 주역이었던 정헌천 곤충연구소장이 계약 만료로 ‘옷을 벗는다’는 소식을 접했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예(禮)라는 것은 자신의 기준에 잣대에 맞추는 예(禮)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비축제를 없애지 않는 한 ‘함평나비축제=이석형’이라는 공식은 절대적이다. 그 절대적 공식을 안병호 군수가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는 ‘이석형 전 군수’를 앞세워 「이석형=안병호」 이라는 공식을 합리화 시켜 공덕(功德)을 공유하는 길이다. 그것이 예(禮)를 진정한 마음으로 숭상하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가 승인 “2013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가 2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없애려고 했다가 다시 축소 개최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이다.

  나홍채 엑스포사무총장(겸 기획실장)은 ‘2013 엑스포’에 관련, 2010년 기자간담회에서 “1998년 함평군은 1차 산업이 71%를 차지하고 관광자원, 산업자원, 인적자원이 전무한 3무의 고장이었다”며 “그때 낙후지역 탈피를 제창하던 가운데 ‘친환경농업이 미래의 비젼이다’고 39세의 젊은 나이에 분연히 일어났던 이석형 전 함평 군수(2010년 1월 퇴직)라는 리더가 있었기에 지금의 함평이 있고, 이석형 전 군수의 민선 2·3·4기 동안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정책과 공직자·군민의 참여가 있었기에 나비축제 성공이 가능했으며, 이러한 점들이 응집돼 비공인 ‘2008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 성공에 이어 국가공인 ‘2013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로 거듭나는 함평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국가공인 ‘2013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는 109만㎡의 대자연 위에 세계 유일의 나비와 곤충을 소재로 한 생태환경축제이다. 그것도 인구 4만의 조그만 시골에서 나비를 소재로 세계를 향해 웅비의 날개를 편 것이다.

  ‘2013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는 민선 4기 이석형 함평군수가 추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에서, 그것도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호남 땅에서 개최되는 세계행사를 승인해 주었다.

  이것은 지난 1999년 첫 회 함평나비축제를 시작으로 2011년 13회를 이어 오면서 대한민국 3분의 1인 국민 1,000만명이 넘는 초유의 방문객이 나비축제를 다녀간 데서 힘의 원동력이 태생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전임 ‘이석형 군수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다’라는 것을 부인 할 수 없는 사안이다.

  나비축제가 성공한 점은 다른 축제와 철저한 차별화 전략에서 기인한다. 즉 견성(見性), 촉성(觸性), 낙성(樂性), 감성(感性), 학성(學性)이라는 오성(五性)에서 기인했다. 즉 ‘▲보고 ▲만지고 ▲즐기고 ▲느끼고 ▲배우고’ 하는 다섯 가지 성질을 하나로 묶으며 ‘나비 신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함평군은 2010년 8월 안병호 군수가 재정부담 등을 우려하자 ‘2013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 규모를 120억원으로 대폭 축소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개최 자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돈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08 세계엑스포의 경우 353억원을 투자했는데 수익은 93억원에 불과하여, ‘2013년 엑스포도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엑스포 당시 군민의 수익을 감안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

  군정은 ‘경영(經營)’이 아니라 ‘운영(運營)’이란 것이다. 함평군청은 투자자로 구성된 기업체가 아니다. 공익을 추구하는 행정기구이다. 행정이란, 군이 100원을 투입해 1,000원의 손실이 있더라도 주민에게 도로 1,000원의 이익적 가치가 주어진다면 실행에 옮기는 것이 행정관청의 소임인 것이다.  

  함평나비축제가 성공을 거두며 ‘친환경함평’이란 브랜드를 정착시켜 군민 소득증대에 커다랗게 기여했듯이 ‘2013 함평세계엑스포’는 함평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비축제를 통해 경험한 ‘눈에 보이지 않는 수익’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함평군은 엑스포 관련, 예산 축소에 따른 자구책으로 일회성 행사를 없애고, 시설물은 지난 ‘2008 세계엑스포’ 시설물을 재건축해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2013 함평세계엑스포’를 규모 축소에만 매달리지 말고 곤충과 인간을 연계하여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만남’의 축제를 기획하여 환경과 생태의 세계적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창조적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기문 UN 총장은 ‘2008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 개최 때 성공 기원문을 보내 “나라 안팎에서 함평을 찾는 많은 분들이 축제행사와 생태관광을 통해서 새로운 교육과 발견의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인간과 환경,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함평군 공직자들은 2013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 그간의 12년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겠끔 오늘에 현실 속에 안주하지 말고, 나비 신화를 창조할 때의 열정을 다시 재점화하자. 휴일에는 부인들까지 나서서 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던 열정으로. 지난 12년이 아깝지 아니한가.
   
  추구(推句)에 “天長去無執(천장거무집)이요, 花老蝶不來(화로접불래)”라고 했다. 즉 “하늘은 너무 길어 잡을 수 없고, 꽃이 시드니 나비도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정과 기업은 엄격히 다르다. 잡을 수 없는 하늘 외치며 군민을 혼돈케 하지 말고, 어렵게 피어 온 꽃을 시들게 하여 날아온 나비를 쫒아 내지 말자.

  風窓燈易滅(풍창등이멸)이오, 月屋夢難成(월옥몽란성)이라. “바람 부는 창의 등불은 꺼지기 쉽고, 달빛 드는 집은 꿈 이루기가 어렵다.”고 했다. 집 단장 잘해 놓은 봉창 뚫어 달 빛 들어와 잠 못 들게 하지 말자.
 
(2011년 5월 17일 4면 보도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