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규명위, 강압 의해 기부 승낙…법원, 강압에 의해 증여 인정
정수장학회 소유 'MBC문화방송·부산일보·경향신문' 지분 부일장학회 재산
박근혜, 정수장학회 자신이 만들었다…김지태 유족, 부일장학회 탈취 재산
재판부, 중앙정보부 '살고 싶으면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라' 강압 헌납 인정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수장학회(正修奬學會)가 기업가의 ‘헌납이냐’, 아니면 박정희 정권의 ‘강탈이냐’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1962년 5.16장학회로 설립 되었으며, 1982년 정수작학회로 개명하고, 1995년~2005년까지 박근혜 후보가 상근이사장으로 재직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할 시 비상근이사장을 상근이사장으로 변경하여 연봉 특혜를 입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비상근이사장 연봉은 1억3천5백만원이었는데 상근이사장으로 전환하여 2억5천3백5십만의 파격적 인상된 연봉을 받았다. 상근하지도 않으면서 1억1천8백5십만원을 더 받은 셈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일장학회가 이름을 바꿔 정수장학회가 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일장학회)승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변명했다. 정수장학회에서 발간한 책자에는 분명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김지태 씨는 부정부패로 4·19 때부터 이미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지태 씨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고 강탈 행위는 정당화한 것이다.
법원은 故 김지태 씨 유족의 주식반환소송에서 “김지태 씨가 1962년 당시 박정희 정권의 강압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부산일보와 서울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주식을 정수장학회에 증여하게 된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 ▲故 김지태 의원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 |
정수장학회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과 연구를 할 수 없는 유능한 인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단체이다. 1962년에 설립되었으며, 원래 명칭은 ‘5ㆍ16장학회’였으나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자와 그의 부인이었던 육영수의 ‘수’자를 따와 1982년에 ‘정수장학회’로 변경하였다. 정수장학회의 모태는 ‘부일장학회’이다.
부일장학회는 최초 민간상업방송인 MBC 전신인 부산문화방송과 서울문화방송을 만든 장본인이며, 부산에서 삼화고무와 부산일보 등을 운영했고, 2-3대 국회의원을 지낸 故 김지태 씨가 자신의 재산과 토지 10만평을 토대로 장학회를 만들었다.
김지태 씨는 5.16쿠데타 이듬해 1962년 3월 중앙정보부는 부정축재처리법위반 및 해외재산도피법 위반 혐의 등으로 당시 중앙정보부에 체포돼 2개월간 구금생활을 했다.
또한 중앙정보부는 김지태 씨 부인 송혜영 씨를 밀수혐의로 체포했다. 송혜영 씨의 밀수혐의는 카메라와 반지로 ‘정당하게 세관 통관이 되었다’고 당시 세관원의 진술이 있었음에도 김지태 씨와 송혜영 씨는 모두 재판을 받았다.
김지태 씨와 송혜영 씨는 군 검찰의 공소취하로 풀려났다. 그 대가로 박정희에게 헌납한 재산은 부산일보 주식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100%, 서울문화방송 주식 100%, 부일장학회 자산 토지 10만평이었다. 5.16장학회(현 정수장학회)는 김 씨가 재산을 ‘헌납’하고 풀려난 뒤 5일만에 설립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는 김지태 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당시 김지태 씨는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은 분으로 본인이 처벌을 면하기 위해 헌납의 뜻을 먼저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후보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면서 “법원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이날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김지태씨가 정부의 강압에 의해 부산일보와 MBC, 부산MBC 주식을 정수장학회에 증여하게 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중정 수사 과정에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재산은 우리 것이다’ ‘살고 싶으면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라’는 협박성 발언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정수장학회는 ‘정수장학회 30년사’를 통해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계승했다’고 표현했는데 박 후보가 새로 만든 거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후보는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일장학회의 재산 포기는 헌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故 김지태 씨의 큰아들 김영구 전 조선견직 회장은 “1962년 5월 25일 부산 군수기지사령부 법무관실에서 아버지가 수갑을 찬 상태로 운영권 포기각서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다”며 “내가 장남이라 인감도장을 가지고 가서 현장을 똑똑히 목격했다”고 밝히고 있고, 과거사규명위원회도 “미리 작성된 기부승낙서에 강압에 의해 서명했다”고 규명했다.
부일장학회는 1958년 설립한 후 박정희에게 빼앗기기 전까지 총 1만2364명에게 17억7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현재 정수장학회는 평균 700여명에게 30여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당시 부일장학회가 얼마나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는지 알 수 있다.
故 노무현 대통령도 부일장학회 장학금 수혜자이다. 박정희와 박근혜 지지자들이 부일장학회 김지태 씨를 친일파로 몰고, 노무현 대통령한테는 친일장학금을 받았다고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정수장학회는 전신 부일장학회 재산인 서울 MBC문화방송 주식 30%(6만주)와 부산일보 주식 100%(20만주), 경향신문 사옥 대지 723평을 보유하고 있다.
국정원과거사건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는 “1962년 김기태 씨 구속사건은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중앙정보부에 지시하여 수사되었고, 동년 6월 20일 구속 상태에서 강압에 의해 작성된 기부승낙서에 서명했으며, 구속 상태에서 기부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위해 석방 이후인 6월 30일로 변조되었음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에 의해 확인되었다”고 국가기관에 의해 최초로 사실을 규명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정수장학회는 결국 박정희 독재정권이 사유물을 강탈한 것이고, 이 단체가 여전히 유력 대권주자의 소유라는 점에서 사회에 환원하는 게 마땅하다”며 “분단독재의 유산을 청산하지 않으면 민주화도, 통일도, 부패 청산도 불가능하다”면서 “독재시절 장물을 찾아오는 것이 민주화요, 진보요, 인권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50년 동안 박정희의 자녀들이 관리해온 재산은 정수장학회뿐 아니라 영남대, 육영재단 어린이대공원 등으로 어마어마하다”며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이 현상을 바로 잡아 국가가 강탈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최저임금에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는 “박 비대위원장이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는 결단을 하지 않는다면, 독재권력에 의해 사유화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다른 나라에서 독재자의 딸이 아버지가 강탈한 물건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그 문제를 어떻게 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욱(행)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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