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질 좋은 사법 전문가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법이 통과된 이후 올해 첫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탄생했다. 시험의 방식, 합격률 등의 윤곽이 정해지지 않았던 변호사시험의 불완전한 제도, 취업률이 정해지지 않은 ‘불안한 미래’ 등 숱한 논란과 화제를 모으며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던 로스쿨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500여명의 로스쿨 졸업생 변호사 배출, 해외 로펌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 되자 국내 변호사업계가 유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법률시장이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됐다는 게 ‘로스쿨 변호사’를 반대하는 큰 이유다. 변호사는 매년 1500명 이상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경제위기로 수요가 끊긴 법률시장에 미래가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정된 국내시장에 변호사들이 넘치게 되면 수익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국내 법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임경쟁이 곧 생존경쟁’인 시대가 온 것이다.

 사법연수원 졸업생과 로스쿨 1기 졸업생이 맞물려 2,500여명에 이르는 사상 최다 법조인들이 배출되지만 법률시장 내 수요가 늘지 않은 현실이 가장 큰 문제다.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펌들의 올해 신입 선발 인원은 10여명 안팎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사법연수생들이 기업 사내변호사로 눈을 돌리더라도 대기업 과장급으로 취직된다는 인식은 없어진 지 오래다.

 올해 처음으로 배출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사정은 더욱 안 좋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에 등록된 법률사무 종사기관에서 6개월의 연수를 마쳐야만 로펌에 변호사로 정식으로 취업하거나 단독으로 개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연수받을 곳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방대 로스쿨생들의 ‘취업 전쟁’은 더 심각하다. 서울권 로펌에서 하계 인턴을 받는 40여명의 학생들 중 지방대 로스쿨 출신 합격자는 2명 안팎으로 전해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인력이 많아져 ‘바늘구멍 같은 취업’으로 치달은 상황은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 변호사 인력의 새로운 고용창출 확충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됐던 상장회사의 '준법지원인 제도'도 기대에 못 미치는 형편이다. 우선 적용 범위가 당초 예상했던 자산 5,000억원 이상 287개 상장사에서 1조원 이상인 170개사로 의무 준법지원인 고용폭이 대폭 축소됐다. 게다가 많은 기업들이 변호사 아닌 기존 직원들에게 업무를 겸하게 하는 분위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 변호사를 새로 고용하는 게 기업을 경영하는 면에서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해마다 배출되는 2,000여명 안팎의 로스쿨 출신과 사법연수원 출신의 변호사들의 고용 폭을 대폭 늘리기 위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법원과 로펌,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들의 고용인원을 늘릴 수는 없는지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전국 25개 로스쿨 졸업생들이 모두 서울권에 취직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로스쿨법 취지에 의해더라도 이들이 각 지역에서 법률서비스를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준법지원인’의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나가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법률시장을 개선할 좋은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