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水易腐(적수역부)라는 말이 있다. 즉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다.

  또한 論語에 “子曰 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不可也(휴목불가조야, 분토지장불가야)”라고 했다. 즉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 손질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積水易腐(적수역부). 물은 고여 있으면 썩기에 살아 있는 물이 되기 위해 흐름을 멈추지 않으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물의 교훈적 가치관을 선인들은 설파했다.

  세상 이치도 물과 다른 게 없다. 사회가 멈춰 있으면 나태해지고, 자만에 빠져 귀와 눈이 있어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게 된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인간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창조와 발상 전환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지난 8년 전에 7년간 고인 물은 썩는다면서 腐敗(부패)를 막기 위해 일대 대변환을 시도했으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역사적 시간 앞에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적 가치관이 어떤 모습으로 정립되고 있는가를 우리 모두 함께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천상천하 진리 앞에 신라의 元曉大師(원효대사)의 骸骨(해골) 일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元曉大師(원효대사)가 義湘(의상)과 같이 중국으로 공부 길을 떠나던 중 소나기는 퍼붓고 날이 저물어 어떤 움집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 아침에 원효는 의상에게　“내가 어젯밤에 갈증이 나서 물을 찾는 것을 봤느냐”고 묻자, 의상은 “어떤 바가지의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라고 답했다. 원효는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그것이 사람의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었다. 어젯밤 그것을 마실 때는 그토록 시원하여 세상모르게 잠을 잤는데, 오늘 아침 그것이 해골의 썩은 물이란 것을 발견하니 구토가 나서 큰 고생을 하였다. 밤중의 마음과 아침의 내 마음이 다르지 않을 터인데 모를 때는 시원하던 것이 알고 나서는 기분이 좋지 않으니 더럽고 깨끗한 것이 사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을 이제야 깨달았다.”라고 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이란 一切唯心造의 내적 뜻을 새기며 積水易腐(적수역부)가 던져주는 진리를 되짚어 보자. 積水易腐 앞에는 어떤 단체도 조직도 구성원도 개인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욱이 이 점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이기주의적 사고로 무장하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즉 ‘우리들의 고인 물은 절대 썩지 않는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은 스스로 거둬들여야 모두와 공감을 공유하며 명예를 지킬 수 있다.

  사람을 채용해 주고, 좋은 자리로 옮겨주고, 직위를 격상시켜 주는 등 물리적 변화로는 사회를 통합할 수 없으며, 위선을 최선으로 포장 시키는 도구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대는 정치도 경제도 기존의 틀에서 확 바뀌어야 살아 날 수 있다. 그냥 바뀌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변화인 形態(형태)도 바뀌고, 화학적인 변화인 性質(성질)도 바뀌어야 된다. 더 발전적이고 진취적으로 쇄신의 변화를 줘야 한다. 이러한 일은 국민과 주민이 하는 것이며, 그 국민과 주민 역시 생각이 같이 변화되어야 혼탁한 세상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 계층구조는 싫던 좋던 자신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현실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명한 판단과 용기로 잠시 무리수가 따르더라도 새롭게 변화해 나가야 한다.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어설픈 변화’는 ‘변절’이란 오명만 남긴다. ‘완벽한 변화’만이 ‘선구적 혁명’이자, 위기에 처한 ‘운명’을 살려낸다. 또 어설픈 변화는 ‘실패의 반역’으로 내몰리기 십상이고, 완벽한 변화는 ‘웅장한 위업’으로 영원히 역사 속에 살아 숨 쉴 것이다.

  佛經 起信論(기신론)에 “心生卽種種心生 心滅卽種種心滅(심성즉종종심성, 심멸즉종종심멸)”이라고 했다. 즉 “한 생각이 일어나니 온갖 마음 일어나고, 한 생각이 사라지니 온갖 마음 사라진다.”라는 말이다.

  이제 원효대사의 썩은 물 마시고 토하던 상황과 토한 후 상황대처 능력을 깊이 새기며 어차피 토해 낼 일이라면 모두 토해 버리고 새로 가다듬는 마음으로 새 기분을 만끽해 봄은 어떤가? 봄이 왔지 않은가. 원효대사 처럼 다시 태동해 보세.

  罪無自性從心起(죄무자성종심기)니 心若滅時罪亦忘(심약멸시죄역망)이니 罪忘心滅兩俱空(죄망심멸양구공)이니 是卽名爲眞懺悔(시즉명위진참회)라. “죄는 본래 마음 따라 일어 생기나니, 그 마음 자리를 없애면 죄 또한 사라진다. 죄도 없고 그 마음도 없으면 모두가 텅 빈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참다운 뉘우침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