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

  공자에게 제자 子貢(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民無信不立(민무신불립)이라"고 했다. "민중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말씀이다.

  요즈음 대한민국의 곳간을 맡고 있는 이명박 정부 관료와 한나라당 최고 부자의 '명언?'과 '명답?' 때문에 열대야 한여름 밤을 '썰렁?'하게 해 주고 있다.

  지난 23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주당 송영길 의원 삽겹살 가격 질문에 '버스비는 안다'라고 동문서답을 하여 실소를 자아내는 촌극을 빚어 퇴장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송영길 의원은 '물가를 모르며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직접 사지 않아서라'고 했다가 거듭 추궁에 '삽겹살을 좋아하지 않아서 모른다'고 답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운태 의원의 자장면 값 질문에 값을 몰라 곤욕을 치르고, 김세웅 의원에게는 장관사퇴 종용과 함께 퇴장을 명하는 치욕을 현 정부에 선물했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한나라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버스요금 70원'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더니, 만회한답시고 '청소년용 버스 승차 카드'를 들고 나와 호들갑을 떨다가 돈 많은 자의 오만과 서민을 무시하는 망신살만 더 보탰다.

  이것뿐이랴. 김민석 의원과의 독도 문제로 또 한번 KO패 당했다. 정 의원은 독도 문제 해결은 1999년 한일어업협정 당시 "배타적 경제수역 기점을 울릉도로 잡고 독도를 중간수역으로 들어감으로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한다'며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의원은 "독도와 주변 12해리는 중간수역이라고 해도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받고 있어 일본 어선들은 그곳에서 조업을 할 수 없다"며 "실효적 지배하고 있는 걸 가지고 원천 무효 시키면 한·일 어선들이 서로 조업하려고 충돌과 갈등을 빚게 되고 무력 충돌까지 일어 날 수도 있다"면서 "충돌을 일으켜 분쟁지역으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는 것이 일본이 바라는 것"이라고 정 의원의 주장을 비판했다.

  정몽중 의원의 주장대로 일본과 재협상을 시도해도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도 않을뿐더러 재협상을 하게 되면 협상 종료까지는 독도는 무정부 상태가 되며 이점을 일본이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정 의원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경솔한 발상이다.

  또한 국토해양부장관은 공기업 통폐합과 관련하여 '사람을 줄이지 않고 통폐합하겠다'고 했다가 의원들에게 된서리를 맞고서야 '어떻게 안 줄일 수 있겠냐'고 말을 바꿨다.

  이렇듯 현 정부의 고위 각료와 당 지도부의 정책이 갈팡질팡하며 불분명한 정체성을 극명히 보여 주는 일부분이다.

  지난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일본의 과거사 망언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치겠다"고 한말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가슴을 치며 다가온다.

  또 한 단면을 보자.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 시대에도 언로를 막은 왕들은 폭군이라 칭하여 언로를 보장 받았는데 개인정보보호 명목으로 '댓글 삭제를 강제한다'며 '언론자유가 통제 하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고 있다.

  하기야 일국에 대통령도 밀가루 값이 올라 국수·라면 값이 오른다고 하니 "쌀농사를 지어 경쟁이 안 된다고 하는데 우리도 비싼 밀가루를 쌀로 대응할 수 없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국군통수권자의 '식량안보관'과는 정면배치 되는 발언이다.

  더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민중의 저항에 부딪히자 "싸고 좋은 쇠고기를 먹는 것"이다. "초를 산 돈이 어디서 났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것뿐이랴, 독도가 결국은 동맹우방국이라는 미국에 의해 '분쟁지역'에 처할 운명을 맞기도 했다.

  지난 7월 7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는 "지난 9일 G8확대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 영유권 명기방침을 통보'했고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금 대한민국이 百尺竿頭(백척간두)에 서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곡물 가격으로 '식량안보'도 위태롭고, 서쪽 중국에선 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 즉 '동북공정'이라 하여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찬탈하고, 동쪽에서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경을 침탈하려는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일찍이 공자는 "足食 足兵(족식족병)이면 民(민)이 信之矣(신지의)니라"고 했다. "식량을 풍족히 하며 군비를 충족하게 하여 백성을 믿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이다.
(2008년 8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