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은 회산백련지를 ‘4계절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회산백련지 앞에 설치된 관람석을 개보수하고 수상유리온실 내부의 식물조경을 새롭게 조성하며, 이를 위해 2014년까지 총 418억 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아울러 전통정원, 일반상가, 남도먹거리촌 등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확충하고, 올해 당장 사업비 26억 원을 들여 회산백련지 우회도로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 ‘회산백련지 4계절 관광지 개발안’은 무안군수 보궐선거 전인 지난 2월 16일 발표되었다. 가뜩이나 구랍 26일 무안군의회가 무안군이 요청한 무안기업도시의 ‘한중미래도시’ 사업추진을 위한 2천800억 원 규모의 금융자금 신용보증 안건을 의결한데 따른 충격에 휩싸여 있던 대다수의 무안군민들로서는 회산백련지 개발과 관련한 무안군의 당시 발표가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토록 바라고 기다리던 화합과 소망의 꿈이 무안군에 찾아든 만큼 진지하게 무안의 문화축제에 대해 신중이 생각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딱히 이렇다 할 문화자원이 크게 없는 이 지역을 감안할 때, 회산백련지는 분명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로 무안을 뛰어넘는 전국적인 명소임에 틀림없다. 10만여 평이 넘는 회산백련지는 그 규모만으로도 단연 동양 최대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1997년부터 무안연꽃축제로 자리메김해온 회산백련지는 언제부턴가 ‘연산업축제’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자연의 순수성과 친환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기 시작했다. 수상유리온실은 차치하더라도 무참히 연이 뽑힌 자리에 보트를 띄우고 발마사지용 시멘트 길이 놓였으며, 징검다리를 빙자한 큰 돌덩어리가 연근을 송두리째 짓눌러버리기도 했다. 주변의 전답은 뭉개져 삭막한 주차장으로 변모해갔지만, 몇몇 정자와 가로수를 제외하고는 한 여름의 땡볕더위를 피할만한 등나무 쉼터와 같은 친자연공간은 어디 한 군데 설치되지 않았다.

 아무리 그동안 기업도시에 눈과 귀가 멀었어도 회산백련축제는 어디까지나 연꽃축제인 것이며, ‘산업축제’가 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저 생태관련축제라면 자연·친환경적이어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귀한 볼거리만큼 평안한 휴식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을 무시한 연산업축제는 무안군민에게서조차 입장료를 받으면서 급기야 축제의 열기가 시들해지고 종교행사도 자취를 감추게 되어 아예 축제 자체를 위탁·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고 말았다.

 인접한 함평군이 농촌 지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비를 테마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 지명과 함께 ‘나비엑스포’를 널리 홍보한 것과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조되어 무안군민으로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회산백련지를 축제의 장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안의 문화관련 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역 자원봉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 중에 생태문화를 주제로 하는 ‘깃발 시화전’ 등을 축제기간 동안 유치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사실은 ‘볼거리’나 ‘먹거리’ 이상으로 ‘편안한 쉼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친자연적 쉼터공간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결코 오래 머무르려고 하지도, 다시 쉽사리 찾아오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朴日訓 교수 약력
▲시인 ▲법학박사(일본 明治大學) ▲현) 무안문인협회 고문 ▲현) 호남모던포엠작가회 회장 ▲현) 무안문화원 감사 ▲현) 노령신문 수석논설위원 ▲남악포럼 부회장 ▲초당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