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게재된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다르다는 점을 알립니다.》
 
 선거제도란 투표로 기존권력을 심판하여 보다 다수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권력을 세우거나 그렇게 되도록 하려는 시스템이다.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다수결, 이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들 한다.

 꽃이 있다면 당연 뿌리와 줄기와 잎사귀와 열매와 씨가 있을 텐데 그것들은 무얼까? 뿌리는 피로 얼룩진 민주주의의 역사, 줄기는 민주주의를 일궈온 집단이나 계급, 잎사귀는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는 자들(≒유권자?), 씨앗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사상과 가치체계, 열매는 민주주의로 인하여 누릴 수 있는 효익이라 할 수 있겠다.

 좋은 꽃이 피고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선 그 뿌리와 줄기와 잎이 건강해야 된다. 무안의 그것들은 과연 건강한가?

 사람의 정신은 의식과 무의식과 전의식(기억)으로, 육체는 오장육부와 이백 여섯 개의 뼈와 혈액과 살, 60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병은 삼혼칠백의 그 어디든 생길 수 있다. 병이 있으면 수술로든 약왕보살의 영험으로든 자연적으로든 고쳐져야 한다. 혹 고치지 않더라도 무슨 병인지는 알고 있어야 악화되지 않도록 스스로 대처할 것이다. 허나 정신병자는 자기 병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니까 절대 스스로 고칠 수가 없다.

 무안 사람들은 스스로 병들었다는 생각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물론 선거가 무언지 생각해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선거 때가 되면 앞잡이가 되지 못해서 안달이 나가지고 자각된 목표도 없이 끈을 잡고 패거리를 지어 몰려다닌다. 탐욕의 질주, 어설픈 환상의 질주, 무안(無眼)의 질주.

 그런 식으로 군수든 국회의원이든 뽑아놓고 각기의 욕망을 채워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위선자 패거리, 소수의 꾼들만 이익을 챙기고, 챙기는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친위그룹 내 핵심 차지하기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준비가 부족하여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거나 그저 순박해서 남 장에 가는 데 따라다니는 사람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으로 소외되고 만다. 뒤늦게야 소외를 느끼고 ‘씨벌 씨벌’ 르상티망(ressentiment 세상의 불공평에 대한 패배주의적 분노)을 표출한다. 그럼에도 그런 패턴은 한없이 반복된다. 그것도 큰 병이다.

 선거 시기는 그 세상에 대한 심판, 그 사회의 병을 수술할 수 있는 시간인데도, 선거를 통해 오히려 인간소외가 확대되고 선거를 통해 지역사회가 더 심하게 병드는 게 무안이다. 이제까지 무안에선 선거를 통해 독초가 향초를 말살해왔다. 몇 차례 선거를 회상해보면, 그건 터무니없는 환상에 빠진 자들이 올바른 목소리를 짓밟는 파시즘적 집단 만행의 장에 다름 아니었다.

 지금도 그와 유사한 병징이 드러나고 있다. 후보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이분법적으로만 본다. 내 편이 아닌 ‘나쁜 놈’(내 이익에 방해가 될 거라 생각되는 사람)은 죽여야 마땅한 악마로 모든 좋은 점을 사상해버리고, 내 편(내게 이익이 될 만한 사람)은 완전한 인간으로 치켜세우며 모든 나쁜 점을 사상해버린다. 그래서 철저하게 편을 가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벌인다. 이분법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편 가르기, 줄서기, 앞잡이 문화는 곧 저질의 음해문화, 환각문화, 양아치문화이다.

 4.11 총선과 무안군수 보궐선거가 그리 멀지 않았는데, 특히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 똑바로 바라보기를 거부하고, 이분법적인 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기업도시 문제로 상황이 바뀌니까 과거 구세주로 떠받들던 S씨는 이제 악마로, 과거 경원시 되었던 L씨는 이제 S씨를 대신해 줄 구세주로, 사람들의 태도가 정반대로 바뀌고 있지만, 대타자 구세주를 세우는 건 욕망으로 인한 자기기만의 망상일 뿐, 사실 그들의 본질과 행태는 전혀 바뀐 것이 없으며, 세상에 자기 이외의 구세주는 없는 것이다. 

 참고로, 군수 보궐선거는 이전 군수의 대타자를 뽑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남겨놓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척결해 내는 선거여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무안군수 예비후보들이 전군수와 결탁하고, 전군수의 핵심 측근들(하나같이 특혜를 듬뿍 받은 ‘공신’이다)이 여러 선거캠프의 장자방을 맡고 있다. 이는 군민들의 선택권을 왜곡시키고, 당선된다면 이전의 악폐를 존속시킬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글쓴이 : 작가 강안산
▶약력 : 소설가( 장편소설 『그 구멍에 그 부스러기』 등), 무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