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가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무능’을 질타하고 나섰다.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12일(현지시각) 한미FTA 이행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13일 오전 “민주당은 한미 FTA와 관련해 야당·시민사회와 함께 합의했던 것을 지켜야 한다”며 “합의를 배신하게 되면 민주당 역시 심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약 2시간 반 가량 진행된 ‘한미FTA 여야정협의체’ 제 7차 회의에서 민주당이 ‘야당공동정책협의회’에서 합의했던 내용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하루 전인 12일 저녁,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제 10차 ‘야당공동정책협의회’ 회의를 열어 △시민사회와 정부가 참여하는 ‘끝장 토론회’ 개최 및 생중계 △협정문 번역 오류 정오표 공개 △위키리크스에 나타난 통상관료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 △한미FTA와 충돌하는 국내 법률 파악 및 대책 마련 등 4가지 사항을 여야정협의체에 요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김선동 의원은 “야당이 여야정협의체에 요구해 관철시키기로 합의한 4가지 중 ('끝장토론' 개최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대단히 유감”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여야정협의체에서는 야당과 국민이 요구하는 재협상안에 대해 어느 것도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야당 협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이상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선동 의원의 기자회견에 앞서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브리핑에서 “정부가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끝장토론’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고 여야정협의체 회의 내용을 전하며 “곧 정부 측과 범국본(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 참여하는 끝장토론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선동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밀실토론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이 이를 합의한 것은) 야당공동정책협의회 합의사항과 그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밖에도 정부는 야당 측이 제시한 농축산업 피해대책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대책 마련에 대해서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고, 협정문 정오표 공개 요구 역시 ‘수용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다만 민주당 등이 요구한 ‘10+2 재재협상안’의 ‘+2’에 해당하는 보완대책 중 하나인 통상절차법 제정에 대해서 정부가 “어떻게든 통과시키겠다는 동의를 했다”고 김동철 의원은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김선동 의원은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합의했는데, 마치 무슨 합의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여야 합의에 의한 비준동의안 상정’과 ‘미국의회 일정에 맞춘 비준동의안 심의’에 동의한 것에 대해 “국민들을 정면으로 배신하기 일보 직전까지 가 있다”는 범국본(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강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재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미국 의회가 논의를 시작하면 한국에서도 처리하겠다는 것에도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나라당이 이달 말까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전진배치’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의원은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앞서 13일 소속 상임위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외통위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부터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 비준동의안은 지난달 16일 남경필 외통위원장의 직권상정으로 인해 범안심사소위에 상정되어 있는 상태다.

/미디어오늘=허완 기자(nina@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