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싸움에서 지고도 할 말이 있겠는가"

  일대일의 맞상대 싸움이라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그러나 3대1, 4대1의 싸움이라면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기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숫자가 많은 쪽이 지는 싸움이다. 선거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내년 선거에서 야권 단일정당이면 필승이라는 것이 지금 상식처럼 되어 있다. 야권이 단일후보만 출마시킨다면 야권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국민의 여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민생파탄, 온통 나라를 들쑤시는 단군 이래 최대의 환경파괴, 평화공존에 등 돌린 남북대결의 절망적 현실. 국민은 지금 이런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정권이 이끌고 있는 오늘의 정치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일관된 여론조사로 말한다. 전제가 있다. 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3대1의 싸움에서 3이 진다는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완패했다. 야당은 완승했다. 단일 내지 연대 후보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위력을 발휘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를 넘어야 했는가. 단일후보가 되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은 상식을 넘는다. 선거 때 후보를 만나보면 낙선한다는 후보는 하나도 없다. 그들 모두의 득표를 합치니까 대한민국 유권자가 중국 인구보다 많더라고 하던가. 하여간 그렇게 자신감 과잉이다.

  자신감도 좋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만의 자신이다. 더구나 지금은 아니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하고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안녕을 고하는 상황에서 근거 없고 부질없는 자신감과 고집은 민주주의 다리를 영원히 끊는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다.

  이 나라의 야당이 몇인가.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염원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몇인가. 제일 야당이라는 민주당을 비롯해서 민주노동당(민노당) 진보신당 참여당이 있다. 서로가 정책이 다르고 진보와 보수로 색이 다르다지만 정권교체라는 비원은 모두 동일하다.

  내면을 드려다 보면 복잡하다. 미로를 걷는 것처럼 출구가 안 보인다. 하나가 되기가 너무나 어렵다. 애들처럼 두들겨 팰 수도 없다.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다. 어찌해야 좋은가.

  스님들은 자신의 머리를 깎지 못한다. 자기주장이 강한 야당들을 어떻게 하면 대화의 자리로 나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단일정당이나 단일 후보를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이 어려운 일을 해 내기 위해서 각계 인사들이 <(가칭) 혁신과 통합>을 설립하고 제안서를 냈다.

  (가칭) <혁신과 통합>의 제안자는 300여 명이다. 시민사회단체 학계 종교계 그리고 정계에서 바른 세상을 만들려고 애쓴 사람들이 모였다. 이해찬 총리, 김두관 지사,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상임대표, 최병모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 문성근 국민의 명령 사령관, 조국 교수, 도종환 시인, 이창동 감독, 남윤인순, 그리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 밖에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분들이다.

  말로 하면 간단하다. 힘을 합해서 한나라당 정권을 종식시키자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 잘하는 정당을 퇴출시키자고 고약한 선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음모를 꾸미는 것도 아니다. 광범위한 국민의 공감대를 한곳으로 모아 불의한 정권과 정당으로부터 국민을 행복하게 하자는 바른 작업이다.

  국회도서관 지하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들 한 가지 비원이 있다. 나이 먹은 사람이나 젊은이나 공통의 신념이 있다. 민주주의다. 독재를 증오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군사독재와 싸워 고문당하고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이다.

  학원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싸우다 제적을 당했고 노동운동을 하다가 해고됐다. 불의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고난의 길을 자청해 걸어온 사람들이다. 정치하겠다는 젊은이들도 다시는 이 땅에 불의한 정권이 활개 치는 것을 용서치 못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목숨을 버린 사람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들 자신도 독재타도를 위해 신명을 바칠 각오를 하던 사람들이다. 단합하면 이긴다. 민주주의 이룬다.

▶"일대일 싸움은 반드시 이긴다"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일대일로 싸워야 한다. 야당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는 정당지도자들이 할 것이다. 거역할 수 없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를 받아 드리지 않는다면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 아무리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 하더라도 반민주 세력을 축출해야 한다는 국민의 명령을 넘어설 수는 없다.

  못 된 자식은 때려서라도 버릇을 고친다. 질려버린 한나라당 정권 꼴 보기 싫다고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되는가. 그것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뉴스라고 외면만 해버리면 그것은 바로 그들에게 말려드는 것이다. 마음 놓고 이 세상을 쓰레기로 덮어 버린다.

  정치도 같다. 오늘의 정치가 이 지경이 된 것도 같은 이치다. 선거에 무관심한 국민들이 지금 벌을 톡톡히 받고 있는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좋은 후보 뽑으면 좋은 세상 오는 것이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생각이 다 다른데 정치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찌 같을 수가 있으랴. 더구나 모두 한가락 한다는 똑똑한 분들이다. 그들이 속해 있는 조직도 있다. 걱정도 많다. 지금까지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불신이다.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대의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의구심이 있다. “큰 세력에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고 흡수·소멸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정파의 정체성을 지켜가며 통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당내에 독립 정파를 인정하는 ‘연합정당’을 제안했다. 이것이 최선일 수는 없지만 세상사 최선이 어디 쉬운가.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다. 특히 영웅호걸 다 모인 데서는 차선이 필요하다.

  ‘내 맘에 안 드니까 안 해!’ 한다면 처음부터 민주주의 떠들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자기 맘대로 되는가. 독재자도 자기 마음대로 한 된다.

  초가삼간 다 태워도 빈대 타 죽으니 좋다는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통합을 위해서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다. 고마운 말이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정희, 유시민, 조승수,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모두 야당 지도자들이다. 국민들이 하염없이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불쌍하지 않은가. 나름대로 사정이야 다 있겠지만 한나라당을 이기고 민주정권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 진보정당의 변화, 국민이 바라는 것도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여러 가지 사정이 있고 갈등이 있겠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김으로써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돌려준다는 대의 이상으로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야당 지도자들도 잘 알 것이다.

  다른 것은 생각지 마시라. 내년 총선에 이기는 것만 생각하시라. 만약에 분열함으로써 한나라당의 집권이 지속된다면 야당 지도자들은 보수고 진보고 모두들 역사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며 국민들 볼 낯이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보다 더 나쁘다고 국민은 증오할 것이다.

◈이기명 회장 약력
▲서울(1936) ▲동국대학교 정치학 ▲한국방송작가협회 감사·이사 ▲노무현후원회 회장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 ▲참여연대 운영위원 ▲참언론산악회 회장 ▲노무현대통령후보 언론문화 고문(2002) ▲문화네트워크 회장(2003) ▲국민참여연대 고문(2005) ▲라디오21 대표회장(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