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채소 중의 하나이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의 뿌리인 당근은 원래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3세기 저술된 향약구급방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이 시기 전후로 중국을 통하여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당근이라는 이름도 당나라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의학에서는 당근을 호나복(胡蘿蔔) 또는 학슬풍(鶴?風)의 이름으로 부른다. 맛은 달며 성질은 보통이고 독이 없다고 한의서에는 기록되어 있다. 당근은 우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 당근에 함유된 비타민 A는 야맹증을 치료한다.

  야맹증은 바로 이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런데 당근에는 카로틴이 풍부하다. 이 성분은 두 개의 비타민 A가 결합되어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체내에 흡수되면 효소의 작용으로 그 중 50% 가까이가 비타민 A로 변화한다. 하지만 그냥 당근을 섭취하면 겨우 3% 정도만이 소화 흡수된다. 하지만 요리로 가열하게 되면 흡수율은 39%로 증가한다.

  또 당근은 기를 아래로 내리는 효능이 있다. 그러기에 소화가 되지 않는 사람이 당근을 섭취하게 되면 소화기능을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체증을 뚫리게 하는 효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흔히 밥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에 당근을 죽으로 쑤어서 먹는 경우가 많다.

  당근에는 섬유소가 많아 장의 운동을 돕는 작용이 있다. 변비에도 효과적이고 나아가서 오래된 설사에도 당근이 효과적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설사로 고생하는 경우 당근을 갈아서 체로 걸은 다음 먹도록 하면 유아들의 장염을 쉽게 낫게 할 수 있다.

  당근이 붉은 색을 띠고 있는 것은 바로 ‘베타카로틴’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우리 몸의 세포가 유해활성 산소로부터 손상 받는 것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또 당근에는 ‘라이코펜’이라는 항산화제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유해활성산소는 일반적으로 세포의 노화나 변성을 일으킨다. 암의 발생이나 당뇨병이나 동맥경화증 등 각종 성인병의 발병 원인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유해활성산소이다.

  그런데 ‘베타카로틴’의 함량은 식품 중 당근이 가장 높다고 한다. 따라서 당근을 충분히 섭취하게 되면 이런 유해활성산소의 피해를 줄여 결국 암이나 동맥경화증, 고혈압 및 심장병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각종 연구에 의하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당근과 같은 음식을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폐암이나 자궁암 및 식도암의 발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연구된 대장암의 위험도와 식품 섭취에 관한 조사에서 베타카로틴의 섭취율이 높은 군일수록 대장암의 발병률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당근에는 섬유소가 풍부하다. 이 섬유소는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춰 결국 심장병이나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 알칼리 성분이 풍부한 당근은 혈액을 깨끗하게 하고 몸의 산성화를 방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성인병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여기에 오래된 기침을 치료하는데도 당근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당근은 성욕을 촉진한다고 알려지기도 하였고, 알레르기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당근의 씨앗은 이뇨 작용이 강하고 구충작용도 있다.

  우리 몸은 놀랍게도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 효능이 있다. 그러기에 감기로 열이 아주 심하게 끓어도 며칠이 지나면 대개는 약 한 알 쓰지 않고도 나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효능은 적당한 음식이나 풍부한 영양 공급이 될 때 발휘될 수 있는 기능이다.

  평소 몸에 이로운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몸의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 효능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근은 우리가 항상 식탁에서 가까이 두어야 할 음식 중의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동 대학원 卒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이민행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