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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고蘆嶺鼓 - 春耕秋收춘경추수
CEO 편집인 이민행
 
CEO 편집인 이민행 기사입력  2014/10/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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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 노령蘆嶺

 조선대 이종출 교수는 수필집 ‘가을의 기도’에서 “가을을 가장 실감나게 느껴지는 말은 ‘결실의 계절’이란 말이다. 그러나 이 결실의 의미가 사물이 아닌 인간에게 주어질 때 과연 우리는 자연에 못지않은 결실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한번 뉘우쳐지기도 한다”고 기술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입교편(立敎篇)에 “春若不耕 秋無所望(춘약불경 추무소망), 봄에 만약에 갈지 아니하면, 가을에 바라는 바가 없다”고 했다. 씨를 뿌리지 않고서 어찌 수확을 바랄 것인가?

 가을은 풍요를 선사하는 결실의 계절이다. 근래에 와서는 하나가 늘어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나주시는 ‘영산강 억새길’에 연일 가족과 친지와 연인들이 북새통이라고 한다. 무안군도 오는 12일 열리는 ‘황토갯벌축제’로 부산하다. 함평군도 10일부터는 ‘조계사 국화향기 나눔전’, 24일부터 ‘국향대전’ 개최를 위해 분주하다.

 무안군이 지난해부터 새로운 형태의 축제를 위해 변혁을 시도한 것이 ‘무안황토갯벌축제’이다. 황토와 갯벌은 예부터 민중들의 애환이자, 벗이자, 삶이자, 터전이었다.

 김지하 시인은 1969년 ‘황톳길’에서 “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 손엔 철삿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모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억세인 황토에 대낮 빛나던 그날 그날의 만세라도 부르랴 노래라도 부르랴...”라며 암흑시대를 외쳤다.

 시인 최삼용은 시 ‘갯펄’에서 “살 깍이는 아픔을 거품으로 쏟으며 울컥 울컥 밀드는 물결만 퍼마시다 질퍽하게 퍼질러진 모진 목숨 서러운것들에게로 다 내준 품인지라 속내까지 썩어 물컹인다...”라고 애환을 노래했다.


 무안 갯벌은 함평군과 같이 속해 있으며 ‘대한민국 제1호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고, 자연상태의 원시성을 보전하고 있다. 축제를 통해 갯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보존하는데 게을리 하지 말자.

 함평군은 올해 11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가을 대표축제 100억송이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24일부터 17일간 열린다. 이에 앞서 10일부터 서울 조계사에서  ‘국화향기 나눔전’을 개최한다. ‘나비축제’와 ‘국향대전’은 국내를 넘어 세계축제로 자리잡았다.

 국향대전 명성은 이미 국내·외를 석권했고, 한 발 더 나가 대한민국 심장부 서울, 대한불교 총본산 ‘조계사’에서 올해 4회째 ‘국화향기 나눔전’을 개최한다. 각종 조형 국화는 물론 조계사에 납품하는 농산물이 년간 수억원이란다. 이에 따른 민간사업자가 예하 사찰에 김치·고추가루 등 농산물 납품의 부대효과도 수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100억 송이 국화꽃만큼 백억만번 자랑하고 또 자랑할 일이다.

 도연명은 詩 ‘飮酒’에서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飛鳥相與還. 마음이 멀면 사는(몸) 곳도 멀어진다오. 동쪽 울타리 밑에 국화꽃을 따서 멀리 남산을 바라보니 새들은 서로 집으로 돌아가네”라고 읊었다. 우리 모두 황토길을 걸으며 갯내음과 함께 국화향기 품고 몸도 마음도 같이 나누며 사는 세상을 열어보자.

 詩經 대아(大雅)에 “鳶飛戾天 漁躍于淵(연비려천 어약우연)이라. 즉 연비어약(鳶飛漁躍), 솔개는 하늘에 날고 고기는 못에서 뛴다”라는 말이다. 축제를 이끄는 자의 역할에 따라 축제의 성패가 갈린다. 사람 수나 헤아리는 눈앞의 상황을 부풀리려 하지 말고, 봄과 여름을 지나 고단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풍성한 축제를 통해 시름을 잊고 다시 재충전하여 춘경추수(春耕秋收)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안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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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0/06 [08:12]  최종편집: ⓒ ror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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