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에 “道得衆則得國(도득중즉득국)이라”고 했다. 즉 “민중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뜻이다.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이 ‘대통령직선제’ 쟁취의 도화선이 되어 노태우·김영삼·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2008년 참석한 이후 연속 3년간 국가행사인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성지 5.18묘역을 찾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의 영령들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고이 잠들지를 못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에 대한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앞두고 “1980년 5월 시민학살을 주도한 살인자들은 한국군이 아니라 북한이 파견한 600명의 특수부대 군인이었다”며 “전두환 신군부도 훼손된 명예가 회복되는 재평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탄원서를 유네스코 측에 전달하여 유가족들의 가슴에 피 못질을 했다. 그래도 현 정부는 입을 꽉 다물고 있다.
한겨레는 19일자에 개그맨 장동혁 씨가 5·18 민중항쟁 31돌 전야제(17일)에서 “요즘 나 같은 개그맨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왜냐면 프랑스 파리까지 가서 5·18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웃기는 사람들 아니냐”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5·18 31주년 기념식장에서 먹고 노자판의 경기민요 ‘방아타령’을 추모곡으로 올리려 했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2010년 5월 17일자에 “5.18 기념행사에 방아타령이 울려 퍼질 뻔했다. 국가보훈처가 정운찬 총리의 퇴장 때 이 노래를 틀기로 했다가 비난이 일자 취소했다. 민주 영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흥겨운 방아타령이라니, 그 무신경에 기가 막힌다. 이런 정부이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는 망발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리 흥분할 일도 아니다. 한 쪽에선 통곡하고 한 쪽에선 “좋구나 봄이 왔네” 하며 흥타령을 부르는 일이 이 정부에서 어디 한두 번인가.”라고 보도했다.
《방아타령 한 번 들어보자 “노자 좋구나. 오초동남 너른 물에, 오고가는 상고선은, 순풍에 돛을 달고, 북을 두리둥실 울리면서, 어기여차 닻 감는 소리, 원포귀범이 에헤라이 아니란 말인가, 에헤에헤~ 에헤야~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반 넘어 늙었으니 다시 젊기는 꽃잎이 앵도라졌다.” (※오초동남(吳楚東南) 중국지명. 상고선(商賈船)은 장사하는 배 곧 상선. 원포귀범(遠浦歸帆)은 중국 소상팔경(瀟湘八景)의 하나.)》
미디어오늘은 “18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어느 곳에서도 5·18에 대한 흔적과 자취는 찾을 수가 없다. 원자력안전기술원과 KAIST를 방문해 활짝 웃는 장면 등이 메인화면을 장식하고 있을 뿐”이라며 “대통령동정의 ‘청와대뉴스’, ‘브리핑룸’ 코너에도 5·18 관련 소식은 찾을 수가 없다. 이것도 오해인가. 그냥 업데이트가 늦은 것뿐일까?”라고 보도했다.
한나라당 메인 홈페이지에는 “5·18 31년,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있으라”라는 배너와 함께 배은희 대변인 명의로 “1980년 광주의 숭고한 희생으로 오늘날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세계 20위, 아시아 제1의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민주화의 기초를 닦은 5.18 광주 민주화 정신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 역할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홈페이지에 “1980년 5월 18일 남도의 끝자락에서 전해진 그 뜨거운 외침 31년이 지난 오늘 미움과 분열이 아닌 사랑과 화합으로 하나 되는 그 숭고한 5.18정신을 가슴에 품습니다.”라고 띄웠다.
경기도 김문수 지사는 “광주망월동국립묘지로 갑니다. 죽음을 통해 오늘의 민주주의를 남겨주시고 먼저 가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980년 5월! 그날이 다시 왔습니다. 역사 속에 가신님들은 역사적으로 우리들에게 다시 오십니다. 그러나 가족, 친지들의 가슴에 묻힌 님들은 오직 눈물로만 오십니다.”라고 남겼다.
민주당 메인 홈페이지에는 “5·18민중항쟁 31주년, 다시 세상의 빛으로! 함께 역사의 중심으로!”라는 배너를 띄웠다.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서 5.18정신이 훼손되고 민생은 날로 피폐해지고 사회적 격차와 갈등은 심해지고 있다. 광주영령이 불의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청년정신으로 새로운 사회를 열어 나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4.27재보선의 승리는 5월의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순천에서 단일화에 헌신을 보여준 데서부터 시작됐다. 이제 광주정신을 바탕으로 민주개혁진영의 대통합의 길을 걸을 것이다. 광주정신은 희생과 헌신이다. 광주정신을 받들어서 혁신과 통합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5.18민주화운동은 이명박 정권 들어 피맺힌 수모를 당해 왔다. 30주년 되던 2010년 기념식에는 대통령 기념사가 아닌 총리 기념사로 격하시켜 버렸다. 2009년에는 5.18 추모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가 주도행사라는 권력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시켰다. 또 공무원 참여도 금지 시켰고, 행사장에 경찰력을 동원시키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5·18민주성지와 관련한 기억을 되살려 보자. 2005년 4월 18일 서울시장 시절 경견하게 참배해야 할 5.18영령 유영보관소에서 목까지 뒤로 젖힌 채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논란을 일으키며 비난을 거세게 받았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4월 24일자에 네티즌들의 비난 글을 소개했다. “적어도 공인이라면 5.18민주항쟁 희생자들의 영정을 모신 엄숙한 자리에서 그렇게 웃으면 안 되는 것”, “국립 5.18묘지에 참배하기 위해서 왔다는 사람이 그렇게 파안대소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면서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것은 휴대폰뿐만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5월 13일 당시 대통령 경선후보 시절 망월동 5.18묘역을 방문, 고 홍남순 인권변호사 상석에 발을 딛고 올라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당시 경쟁후보인 박근혜 후보측은 “이명박이 얼마나 무식하고 표리부동한 인간인지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난 사건”이라고 공격했었다. 하기야 도산 안창호 선생을 안창호 씨라고 부르는 대통령인데.
안상수 전 대표도 2011년 1월 26일 5.18 성지를 방문, 박관열 열사의 상석에 발을 딛었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나 할까?
명심보감(明心寶鑑) 성심편(省心篇)에 “花落花開開又落(화락화개개우락)이요, 錦衣布衣更換着(금의포의갱환착)”이라고 했다. “꽃은 지고 피고 또 피고 지고, 비단 옷도 베 옷으로 바꿔 입느다”라는 뜻이다. 또 “天地自然皆有報(천지자연개유보)하니, 遠在兒孫近在身(원재아손근재신)”이라 했다. “천지 자연은 모두 갚음이 있으니, 멀면 자손에게 있고 가까우면 자신에게 있다”라는 말이다. 새기고 또 새기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