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무안군청 이성범 사무관이 본지에 독수불원(獨水不遠)이란 글을 기고했다. “물은 홀로 멀리 흘로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당시 논설위원으로 박인훈 교수는 칼럼에 수류불부(水流不腐)라는 말을 썼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그렇다. 한 방울 한 방울씩 물이 모여 실개천이 되고, 시내를 형성하며, 강江을 만들고, 마침내 대해大海를 이룬다. 또한 흐르는 물은 자체적으로 정화하기 때문에 썩지 않는다.
지금 소통疏通이 대한민국의 화두話頭가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소통행정疏通行政 소통행정하고, 기업은 소통경영疏通經營 소통경영하며, 온통 소통의 물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만사형통여의원만萬事亨通如意圓滿의 처방이 되어 버렸다. 참 좋은 말이다. “막힌 것이 확 뚫리어 통한다”니 얼마나 좋은 말인가?
소통이란, 나의 생각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서 비롯된다. 즉 존중과 배려이다. 제삼자의 뜻과 경험을 공유하며 존중하면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아갈 때 소통이란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즉 ‘대화=토론’이 소통이라는 진리이다.
소통이 불통不通되면, 귀가 있어도 들리지 않을 것이며, 눈이 있어도 보이지 않을 것이며, 입이 있어도 열리지 않을 것이니 생각만 해도 이 얼마나 답답한 세상이겠는가? 그러나 21세기 최첨단 문명사회에서 컴퓨터가 있어도 열리지 않는 무용지물이 된 콱 막힌 세상이 되어 소통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소통이 되면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대해를 이루듯, 한 사람 한 사람 의견을 모으면 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고, 말 문이 열리며, 막혔던 장애가 뚫리고, 썩었던 세상이 정화되며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세상이 열린다.
00은행은 ‘소통도시락’ 이벤트를 만들어 서로 도시락을 나누며 사내 부서간 업무효율을 올리고, 직원 상호간 친분을 쌓는데 기여하며 사내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한다. “소통하지 않으며 고통苦痛이 뒤따른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행사로 널리 권장할 만한 아름다움이다.
지자체 단체장들이 ‘시·군민과의 대화’에 나서며 시·군민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 생생한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시·군 행정에 반영하는 ‘소통행정’에 심혈을 쏟으며 다소간의 성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시·군민과의 대화’라는 소통 방식이 ‘혼란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미리 정해 놓은 절차에 따라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다수 대중 가운데 몇 사람과 대화로 다수의 의견으로 대변되어 버린다.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는 폐단弊端 중 하나이다. 이러한 폐단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규칙이나 절차가 없는 일대일 직접대화 방식 또는 메모와 문서를 통한 소통 방식이 겸용돼 운영하기도 한다.
또 시장·군수들이 ‘투명행정透明行政’을 강조하고 있다. 투명이란 ‘속까지 환히 들여 보인다’는 뜻이다. 행정이란 가정살림과 같은 것으로 시·군정 전반에 걸쳐 훤하게 내비칠 수는 없는 것인데도 ‘투명행정’을 외치고 있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水至淸卽無魚(수지청즉무어) 人至察卽無徒(인지찰즉무도)”라고 했다. 곧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밝게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다.”라는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군수들이 ‘투명행정’한다며 내부로는 제3세력을 통해 자신의 의중을 집행한다면 또 다른 시장·군수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민선 들어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가 ‘00부군수’등으로 그들의 횡포로 민심 분열이 확산되고, 지지 세력이 균열되고, 공직자는 줄을 서기 위해 방향을 잃어가면서 행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겉돌며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孟子에 “獨孤臣孼子(독고신서자) 其操心也(기조심야) 危(위) 其慮患也(기여환야) 深故(심고) 達(달)”라고 했다. 즉 “세력 잃은 외로운 신하와 서자들은 조심하는 마음이 위태로울 정도로 근심과 걱정하는 데만 통달한다.”라는 뜻이다. 다 같이 유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