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의 시·군·구 통합기준안에 의하면 신안군이 제외된 가운데 목포시·무안군이 ‘인접 지역 통근·통학 비율’ 기준에 따라 통합대상에 적용돼 또다시 치열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등은 지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분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인구가 적다고, 면적이 적다고, 재정자립도가 적다고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은 인구가 1,000명 미만의 자치단체가 과반을 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3,200여개의 자치단체 중 인구 1만명 이하의 자치단체가 46%인 1500여개가 있고, 시(市) 평균인구도 3만 5000여 명이라고 한다.
지난해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이하 개편위)는 전국 최소 20개, 최대 80개 시·군·구를 통합대상으로 하는 통합기준안을 마련하고 검토작업이 착수했다.
개편위는 지난해 8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3개 연구기관이 제시한 시·군·구 통합기준안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각 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결국 기준을 결정하지 못했다.
개편위의 ‘시·군·구 통합기준 연구 용역안’에 따르면 인구 규모는 ▲특별시 자치구 27만6000명 이하 ▲광역시 자치구 및 일반시 15만 명 이하 ▲군 3만3000명 이하 ▲면적 62.46㎢ 이하 ▲재정 규모가 열악한 지역 ▲지역내총생산(GRDP) 낮은 시·군 등이 통합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용역안에 따르면 ▲서울시 금천구, 중구 ▲부산시 영도구, 서구, 동구, 중구 ▲대구시 중구 ▲인천시 동구 등 8개 자치구, ▲경기도 의왕시, 과천시 ▲충남 계룡시 등이 통합대상에 올랐으며, 특히 강원도는 동해시, 태백시 속초시, 삼척시,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양양군 9개 시·군 등이 인구와 면적 면에서 통합대상에 포함되었다. 또 ‘인접 지역으로의 통근·통학 비율’ 기준을 적용하면 ▲경기도 안양시-군포시-의왕시 ▲충북 청주시-청원군 ▲전북 전주시-완주군 ▲전남 목포시-무안군 등이 통합대상에 해당된다.
개편위가 “주민 2% 이상 통합 건의를 통합 의사에 반영한다”는 통합기준안을 지난해 9월 6일 의결·공고한 후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선거구제, 지방 공무원 자리 보장, 주민 동의 등 큰 파문을 일며 휘몰아치고 있다.
과천·의왕시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지난해 8월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과천시와 다른 지자체와의 행정구역통합을 절대 반대한다”며 “행정구역 통합 때 과천시를 제외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과천시가 통합대상이 된다면 집권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거치면서 쌓은 역량과 시민의 뜻을 모아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원 강원발전연구위원은 시·군·구 통합과 관련 “경제는 효율성을 중요시하지만 정치는 효율성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문제다. 바로 지역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스스로 해결할 것인가를 지방자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행정안전부가 ‘시·군·구 통합을 이루는 지자체에 대해 21층 이상 건축허가 승인, 20만㎡ 미만 택지지구 지정,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실제로 경기도 성남시-하남시-광주시, 수원시-오산시-화성시, 안산시-시흥시, 남양주시-구리시, 의정부시-양주시-동두천시, 경남 마산시-창원시-진해시 등이 통합을 전제로 하는 건의서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인센티브 제공은 터무니없는 망언이었고, 국회는 법안도 마련하지 않았으며, 자치단체와 지역주민 간에 분열만을 조장하는 촌극을 빗고 말았다.
특히 통합을 이룬 경남 마산시-창원시-진해시 의회는 지난해 다시 분리하자고 의회에서 의결하는 등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유는 예산집행 편중과 균형발전의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행정체제 통합을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 밀어 붙이듯이 일방적으로 단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각 지역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정치적 환경과 사회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개편위는 대통령 임기가 1년여 남은 시점에서 총선이 있는 4월까지 세부 통합 기준을 마련하고,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시·군·구 통합을 마친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물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고, 한나라당 내에서 반대하고 나서고 있는 마당에 가능한 일이겠는가?
또 2014년은 다음 정권의 시대이다. 이것보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한다. 말이 안 되는 소리로 어림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