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입춘)
2월 4일 오늘이 立春(입춘)이다. 입춘 전날(節分 절분) 밤에 콩을 방과 문에 뿌려 마귀를 쫒고 새해를 맞이했다.
기해년 입춘 날에 길한 일이 생기어 대한민국에 경사스런 일이 많기를 春祝(춘축)을 써 祝願(축원)합니다.
己亥年(기해년) 立春榜(입춘방)을 "千禍皆消滅 四時大吉祥(천화개소멸 사시대길상)"과 "立春大吉 大韓多慶(입춘대길 대한다경)"이라 했습니다. 기해년 입춘 날에 천 가지 재앙이 모두 사라지고 일 년 내내 크게 길하고 상서로운 일과 크게 길한 일만 생기어 대한민국에 경사스런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입춘은 大寒(대한)과 雨水(우수) 사이에 있는 첫 번째 절기로 해가 黃道(황도) 315도에 위치할 때이고,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다. 음력으로는 섣달(12월)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는 반드시 섣달과 정월에 입춘이 두 번 들게 된다. 이것을 複立春(복입춘), 또는 再逢春(재봉춘) 및 雙春節(쌍춘절)이라고 한다.
옛 선인들은 입춘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初候(초후)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中候(중후)에는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末候(말후)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입춘 전날은 절분(節分)으로 불리고, 철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해넘이’라고도 불리면서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했다.
◈立春榜(입춘방=春帖子춘첩자=春聯춘련)
立春(입춘)이 되면 새봄을 맞이하는 뜻으로 대궐에서는 신하들이 지은 春帖子(춘첩자)를 붙이고, 민간에서는 春聯(춘련)을 붙인다. 특히 양반 집안에서는 손수 새로운 글귀를 짓거나, 옛사람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춘련을 써서 봄을 축하하는데 이것을 春祝(춘축)이라 한다. 이때 댓구를 맞추어 두 구절씩 쓴 춘련을 對聯(대련)이라 부른다. 이 춘련들은 집안의 기둥이나 대문, 문설주 등에 두루 붙인다.
◈춘축대련(春祝對聯)
대련에 가장 많이 쓰이는 글귀는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이다. 즉 "입춘에는 크게 좋은 일이 있고, 새해가 시작됨에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건양(建陽)’은 19세기 말 고종 즉위 33년부터 다음해 7월까지 쓰인 고종황제의 연호(1896∼1897)로서 건양다경은 그 당시 나라가 어지러운 세태를 극복하고자 國泰民安(국태민안/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함)을 기원하는 뜻에서 집집마다 써서 붙였다.
이밖에 立春大吉 萬事亨通(입춘대길 만사형통/입춘이 되니 크게 길 할 것이요, 만 가지 일들이 형통하라), 壽如山 富如海(수여산 부여해/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돈 많이 벌어라), 堯之日月 舜之乾坤(요지일월 순지건곤/요순시대처럼 살기 좋아라),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부모천년수 자손만대손/부모님 장수하고 자손은 번영하라),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 雨順風調 時和豊年(우순풍조 시화풍년/절기가 순조로우니 화평하고 풍성한 세월이 되겠다), 國泰民安 家給人足(국태민안 가급인족/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네), 到開門前增富貴 春光先到古人家(도개문전증부귀 춘광선도고인가/문을 여니 앞에 부귀가 이르고, 봄빛은 먼저 인가에 도달했네), 一家和氣滿門楯 春色江山漸看新(일가화기만문순 춘색강산점간신/가정에 화기가 문전 난간까지 가득하고, 강산에 비친 봄빛은 점차 새롭게 보이네), 天下太平春 四方無一事(천하태평춘 사방무일사/입춘을 맞아 천하가 태평하니, 사방 곳곳이 아무 탈이 없도다), 天增歲月人增壽 春滿乾坤福滿家(천증세월인증수 춘만건곤복만가/세월이 좋으니 인명이 길어지고, 만복이 하늘과 땅과 집집마다 가득하다) 등을 주로 써 붙였다.
조선 때 천문, 지리, 측후를 맡아 보던 관청인 觀象監(관상감)에서는 붉은 물감(경명주사)으로 귀신을 쫓는 글인 神茶鬱壘(신다울루)를 써서 궁중의 문설주에 붙여 둔다. 신다와 울루, 이 두 신은 귀신들이 다니는 문의 양쪽에 서서 모든 귀신을 검열하는데 남을 해치는 귀신이 있으면, 갈대로 꼰 새끼로 묶어 호랑이에게 먹인다고 믿는다.
불교에서는 진언(眞言 다라니)으로 조선 정조임금 때에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나오는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아아나 사바하’라는 진언을 인쇄해 나누어주어 대문 등에 붙여 재앙을 물리치게 했다.
◈속담(俗談)
흥부집 기둥에 입춘방(立春榜)이란 속담이 있다. 흥부의 궁색한 집을 빗대어 생긴 말로서 그런 집 기둥에 입춘방을 써 붙였으니 격에 맞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
보리 연자 갔다가 얼어 죽었다. 이 말은 입춘이 지나도 추위는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홉 차리
이날은 무슨 일이던 아홉 번씩 일을 반복하면 한 해 동안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액을 받는다고 했다. 아홉 번 한다는 뜻은 우리 조상들이 9라는 숫자를 가장 좋은 陽數(양수)로 보았기 때문이다. 가난해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라는 교훈적 세시민속이다.
글도 아홉 번 읽고, 나무도 아홉 짐, 노인은 아홉 발의 새끼 꼬며. 여자아이들은 아홉 바구니 나물, 아낙네는 아홉 가지 빨래, 길쌈을 해도 아홉 바디 삼고, 실은 감더라도 아홉 꾸리 감고. 밥을 먹어도 아홉 번, 매를 맞아도 아홉 번을 맞았다 한다.
◈積善功德行(적선공덕행)
입춘이나 대보름날 전날 밤에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厄)을 면한다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란 풍속도 있었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등등을 실천하는 미풍양속이다.
◈立春水(입춘수)
입춘(立春) 전후에 받아 둔 빗물을 말한다. 이 물로 술을 빚어 마시면 아들 낳고 싶은 남정네의 기운을 왕성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秋露水(추로수) : 가을 풀 섶에 맺힌 이슬을 털어 모은 물이 추로수(秋露水)인데 이 물로 엿을 고아 먹으면 백병을 예방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보리점(占) : 입춘은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 번째이기 때문에 보리뿌리를 뽑아보아 농사가 흉년일지, 풍년일지를 가려보는 농사점을 친다. 또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서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 해 풍작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偸修(투수)
입춘 날엔 "귀신들이 하늘에 회의하러 가서 세상에는 귀신이 없다"고 하는 俗說(속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안 특히 변소나 헛간과 같이 보통 때는 날을 받아야 수리가 가능한 곳을 이때는 마음대로 고쳐도 뒤탈이 없는 날이라 하여 偸修時(투수시)라고 한다.
◈立春節食(입춘절식)
입춘(立春)날 먹는 시절음식은 오신채(五辛菜)라는 다섯 가지 매운 맛이 나는 모듬나물이다. 파, 마늘, 자총이(紫?이/껍질이 누런 자줏빛이고, 속은 흰색인 파보다 더 매운 파의 일종), 달래, 평지(유채), 부추, 무릇(파·마늘과 비슷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 그리고 미나리의 새로 돋아난 새순 중 노랗고 붉고 파랗고 검고 하얀, 즉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오방색을 골라 무쳤다.
노란 색의 나물을 가운데에 놓고, 동서남북에 청·적·흑·백의 사방색(四方色)이 나는 나물을 놓는데 임금이 굳이 오신채를 진상 받아 중신에게 나누어 먹인 뜻은 사색당쟁을 타파하라는 화합의 의미가 있었다.
또 일반 백성들도 식구들의 화목을 상징하고 仁(인), 義(의), 예(禮), 志(지), 신(信)을 북돋는 것으로 보았다. 음식에도 철학이 담긴 품위 있는 음식이다.
삶에는 다섯 가지 괴로움이 따르는데 다섯 가지 매운 오신채를 먹음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옛 말에 오신채에 기생하는 벌레는 고통을 모른다는 말도 있다.
지루한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입춘에 톡 쏘는 매캐한 나물만을 골라 먹었던 오신채 시절식은 한 해를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청량제, 자극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또 오신채는 자극을 주는 정력음식으로 보았으며, 선원청규(禪苑淸規/청정한 규칙이라는 뜻으로 참선하는 절에서 지켜야할 규칙)에 절간의 수도승은 오훈을 금한다 했는데 바로 오훈이 오신채를 말한다.
옛 한시(漢詩)에 여인이 젊고 예쁘고 신선한 것을 표현할 때 신채기(辛菜氣/매운 나물기운)란 말을 썼으며, 산기(蒜氣/마늘 기운)는 여인의 정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蕩平采(탕평채)는 조선의 영조(英祖)임금이 당파 싸움을 없애기 위하여 탕평책을 논하였던 날 처음 선을 보여서 얻어진 이름이라는 기록이 있다. 녹두묵을 젓가락 굵기로 썰어서 참기름, 소금으로 가볍게 버무려 담고 숙주, 짧게 자른 미나리, 물쑥 등은 데치고, 다진 고기는 볶고, 김 부순 것, 달걀 황백 지단은 채 썰어 옆옆이 담아, 달고 새콤한 초장을 뿌려서 먹는다.
이 외에 입춘의 시절식으론 승검초(신감채(辛甘菜)/뿌리를 당귀라 하여 약재로 씀) 산적(散炙/쇠고기 등을 길쭉길쭉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대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 죽순 나물, 죽순찜, 달래나물, 달래장, 냉이 나물, 산갓 김치 등이다.
입춘시기에 가장 큰 일은 장을 담그는 일이다. 시기는 입춘 전 아직 추위가 덜 풀린 이른 봄에 담가야 소금이 덜 들어 삼삼한 장맛을 낼 수 있다. 메주는 늦가을(음력 10월)에 쑤어 겨우내 띄운 것이 맛있다. 장은 팔진미의 주인이어서 장이 없으면 모든 음식이 제 맛을 낼 수가 없음은 당연하다.
또 “입춘(立春) 날 무 순(筍) 생채(生菜)냐”라는 옛 속담이 있다. 맛있거나 신나는 일을 빗댈 때 입춘 시식(立春 時食)으로 먹던 무 순 생채에 비유했었다. 아무튼 음식도 제철 음식이 가장 맛있고 보약인 셈이다.
◈立春歌(입춘가)
요임금, 순임금 때처럼 모든 것이 평화롭게
산처럼 수하고 바다처럼 부하게
모든 재앙 물러가고 모든 복 들어오리
입춘이 되어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백성들의 나라엔 경사가 많으리라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리.
절기가 순조로우니 화평하고 풍성한 세월이 되겠네
모든 재앙 눈처럼 녹아 없어지고
많은 복 구름처럼 일어나리
온 세상 태평한 봄이요
사방 어느 곳에도 탈 없기를
하늘은 삼양에 가깝고 사람에겐 오복이 오리니
부모님 오래 사시고 자손은 길이 영화를 누리리라.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많은 복이 들어온다.
봄 바람이 일가를 화애롭게 하고 숙기가 중문을 옹호한다
화를 쫓아내니 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고
재앙은 봄의 눈처럼 녹아서 없어지네
상서로운 태양이 중문을 열고
봄 빛이 복된 땅에 오도다
문으로는 사시사철 복을 받아들이고
집으로는 사방으로 재물을 들여온다
입춘대길하니 길함이 무궁하고
건양다경하니 경사가 많으리라
화애로운 기운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요
봄 빛이 먼저오니 길인의 집이로다
하늘은 세월을 늘리는데 사람은 수명을 늘리고
봄은 온 천지에 꽉 찼는데 복은 집집마다 가득하네
때때로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날마다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
집의 부모 오래 사시고
슬하의 자녀 오래도록 번영하네
봄은 천지에 차고 복은 집안에 가득한데
온화한 기운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로다.
화기가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요
봄 빛이 먼저 오니 길인의 집이로다.
봄 빛이 사물을 비추이니 생장을 재촉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집에 가득하니 복록이 이어지네
불로초 자라는 부모님의 나라요
무궁화 만발하는 자손들의 가지로다
온 세상에 구름 걷히니 달을 보는 것 같고
꽃이 모든 집에 피니 함께 봄을 얻었네
장생불로하니 신선의 마을이요
오래 살 수 있으니 도인의 집이로다
선을 쌓은 집 앞에 즐거움이 끝없고
봄 꽃 아래엔 향기가 넉넉하네
형은 우애롭고 동생을 공손하니 기쁨이 집에 가득하고
남편은 화애롭고 아내는 유순하여 서로 손님 같이 공경하네
길한 곳의 상서로운 햇빛 큰 운수를 열고
중문에 해가 솟으니 밝고 따스한 봄이라
몸이 건강하고 공을 이루니 유복한 사람이라
봄이 문 앞에 찾아오니 부귀가 더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