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뱃길로 100여 키로 미터를 달리다 보면 노래 가사처럼 검게 보이는 아름다운 항구 흑산도에 이른다. 비금과 도초 사이를 지나 쾌속선으로 2시간의 거리에 있는 섬, 흑산도. 항에 내리기도 전에 여객선 문틈 사이로 귀에도 익고 눈에도 익어왔던 애절한 여인의 가슴을 노래하는 ‘흑산도 아가씨’가 구성지다 못해 확성기가 자지러진다.
 여느 항구에서처럼 코끝을 자극하는 비린 냄새도 없고, 그렇다고 활기가 넘치는 모습도 아니었지만 낯설지 않은 인적과 바닷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창 붐벼야할 예리항에서 손님을 끌기 위한 아낙들의 목소리에 귀를 의심할 정도로 숨죽은 경기는 기약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넘어서 두렵기조차도 했다. 과거 파시가 있었던 때를 굳이 떠 올리지 않더라도 이미 짐작은 했지만, 이정도 일지는 몰랐다.
 간판은 빛나는데 좌석은 텅 비었고, 오징어는 넘치는데 실어갈 배가 없었단다. 해가 저물어도 불 켜진 방이 드물고, 이슬비 조명 아래 취객의 흔적조차도 없다.
 신분을 밝히기도 부끄럽고 또 그럴 기회조차도 주시지 않으시던 아주머니께서는 연신 큰 목소리를 쏟아 내셨다. 불만과 성토에 귀를 기우리기보다는 차라리 고개를 숙였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이다. 커피 한 잔을 두고두고 나눠 마시고 있는 사이에도 새로운 손님 한 분이 들어오지 않는 가계에서 더는 민망해서 다음을 기약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비 내리는 호남선도 아니고 27년 만에 개통 되었다는 일주도로는 그간의 모진 세월만큼이나 굴곡이 있어 보이고, 굽이굽이 가파르게 달리다 보니 전혀 딴 세상에 온 것처럼 펼쳐지는 눈앞의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한참을 올라서니 노래비도 보이고, 구름사이로 내 비친 해질녘의 네모반듯한 양식장들이 질서 있게 놓여있는 모습에 또 한 번 반하게 되었다. 솟아오른 봉우리와 바다를 두고 닦여진 도로를 따라 달릴수록 새 세상이 펼쳐지는 광경에 황홀함의 극치는 더해만 갔다.
 물속에서 갓 건져온 싱싱한 전복을 썰어 소주 한잔을 나누는 청년들의 눈빛에서 술보다도 더 자극적인 알코올을 섭취했다. 그들이 말하는 애환을 듣기에는 소통이라기보다는 거의 외침이었고,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답을 줄 수 없는 형편에 더 목을 조였다. 바다가 말없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더 할 말을 참는 것 같다.
 총리는 메르스가 종식 되었다고 했다. 어디서 어떻게 종식 되었다는 말인지 정확히 해야 한다. 그걸로 고통 받으셨든 분들의 노력으로 더 이상의 확산은 막게 되었지만, 얼떨결에 무방비 상태에서 직격탄을 맞았던 분들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행히 정부가 추경예산에서 메르스와 가뭄 극복에 3조6000억 원을 투입 한다고 한다. 그중에 얼마가 메르스로 진짜 검게 타 버린 흑산도의 가슴을 희게 해 줄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이를 소상히 말해줘야 한다.
 한 번 떠난 발길을 무작정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하염없는 흑산 항에서 더는 가슴을 움켜지지 않게 하고, 그나마 검게 타버릴 수 있었던 흑산도의 아가씨는 노랫말에만 녹아 있는데, 흑산도 청년들에게 실망을 앗아가고, 희망을 노래할 그 탑이 흑산 항 한 가운데에 세워질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옛 영화만을 노래하진 않겠지만, 섬과 사람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고, 그것이 특혜가 아닌 정상이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노래도 있고, 흑산항도 있는데, 아가씨 없는 이곳에 있는 청년들에게 어떤 노래를 만들어 줄 것인지를 고민해 본다. 남몰래 울지 말고 다 함께 웃는 흑산 항에서 가고 오는 누구에게나 더는 검게 타버릴 것이 없는 별 다름이 없는 세상이 이루워질 때 까지 말이다.
◈서삼석 걸어온 길
▲무안군 출생(1958)▲조선대학교 행정학과 졸업▲전남대학교 대학원 NGO학박사
▶사회 경력
▲제5대~제6대 전라남도 도의원▲무안군장애인협회 후원회장(전)▲제42대-43대-44대 무안군수(3선)▲조선대학교 정책대학원 객원교수(현)
▶수상 경력
▲제2회 풀뿌리 민주대상 광역의원우수상(2001)▲제4회 풀뿌리 민주대상 우수단체장상(2003)▲한국언론인 포럼 지방자치대상(2006)▲전남투자유치대상 최우수시군 선정(2009)▲대한노인회 감사패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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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흑산도 아가씨'
https://www.youtube.com/watch?v=a-wx59BaU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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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고蘆嶺鼓 - 새정치민주연합 好聚好散
http://www.rorynews.com/sub_read.html?uid=8472&section=sc48&sect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