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를 마치고 전국 곳곳에서 1일 자치단체장들이 취임식을 가졌다. “春若不耕(춘약불경) 秋無所望(추무소망) 寅若不起(인약불기) 日無所辨(일무소변).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고,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 날의 할 일이 없다”고 했다.

 광역 市·道 행정도 기초 市·郡·區 행정도 일년 농사와 같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계획을 세우고, 씨를 뿌리고, 가꾸고, 병들면 치료하면서 수확의 기쁨을 얻는다. 민선6기는 참봉사를 부르짖기 전에 참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으로 살림을 꾸려보자.

 陶淵明(도연명)은 “秉耒歡時務(병뢰환시무) 解顔勸農人(해안권농인) 雖未量歲功(수미량세공) 卽事多所欣(즉사다소흔) 日入相與歸(일입상여귀) 壺漿勞近隣(호장노근린). 손수 쟁기를 메고 기쁘게 농사 짖고, 웃는 얼굴로 농부를 격려 한다. 가을의 수확은 장담하기 어려워도, 농사짓는 게 기쁘기 그지없다. 날이 저물면 집으로 돌아와, 술 항아리 들고 이웃 사람들 위로한다.”라고 읊었다.

 모두들 취임사에서 청렴과 소통, 현장행정, 지역경제 활성 등을 부르짖고 있다. 광역·기초단체장들이 손수 쟁기 메고 논밭 갈고 김 메며 농부들을 격려하고, 지친 몸 술 한잔 나누며 서로 위로한다면, 청렴도 그곳에 있고, 소통도 그곳에 있으며, 행정도 그곳에 있고, 지역경제 활성도 그곳에 있을지니 나라와 고을이 어찌 풍요롭지 않겠는가?

 정약용은 아전들의 횡포에 대해 “백성들은 흙으로 밭을 삼지만, 아전들은 백성으로 밭을 삼는다”고 극악한 횡포를 지적했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아전들의 부정부패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수령은 임지에 부임하면, 첫째 지도를 만들고, 둘째 가좌책(家座冊 주민 토지·재산 작성책)을 작성하라”고 했다. 지도를 잘 만들어야 생활민원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고 주민 안전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며, 토지와 재산 현황 파악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지향하고, 살림살이의 흐름을 살펴 지역경제도 살리고, 아전들의 횡포도 막아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들의 취임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가 지역경제 회생이다. 이렇듯 지역경제 활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관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수도권 직거래장터 용도로 등장할 뿐 관내 소비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내 집에서 귀여움 받는 개가 남의 집에서도 귀여움 받는다고 했다. 관내 전통식품과 우수상품을 직거래장터 전시·판매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발상을 전환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전통장류만 해도 그렇다. 지자체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음식점들이 많다. 관청에서는 이들 업소들에 모범식당이니 우수업소이니 관청 홈페이지 등 각종 홍보매체를 통해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소에서 관내 생산 전통장류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거의 업소용 된장 고추장 등을 식탁에 내놓고 있으며, 이를 합산하면 년간 구입금액이 엄청난 액수일 것이다. 또한 가격 격차 때문에 구입·사용하고 싶어도 망설이는 업소도 있을 것이다.

 지역경제 창출 및 활성을 멀리서 찾지 말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이들 음식업소에서 관내 생산 전통장류를 구입하여 식탁에 오르게 한다면 상호 경제가 활성화됨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가공식품이 아닌 친환경유기농식품을 제공함으로서 건강권 부여와 한편으론 지자체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며 새로운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승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민선6기가 시작됐다. 명심보감에 “無義錢財湯潑雪(무의전재탕발설) 人+黨來田地水推沙(당내전지수퇴사) 若將狡譎爲生計(약장교휼위생계) 恰似朝雲募落花(흡사조운모락화). 의롭지 아니한 돈과 재물은 끓는 물에 내리는 눈이요, 뜻밖에 얻어진 전답은 물에 밀려온 모래니라. 만약 교활한 꾀로서 생활하면, 흡사 아침에 떠오르는 구름이나 저녁에 시드는 꽃과 같으니라.”고 했다. 깊이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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