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 10 통합민주당 무안군수 보궐선거 후보공천 모바일경선현장투표 전까지는 박 후보에 대한 분위가가 매우 좋았는데 패한 소감은?

 ◎먼저, 본격적인 활동기간이 4개월여에 불과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년 이상 지역정치활동을 한 후보들과 오차범위 내를 유지했고, 민주통합당경선대상 심사에서도 1위로 올라가 큰 차이 없이 지지를 받은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 11월말 전남도청 국장직을 그만두고 4개월여 동안 행사장, 마을, 군민들을 찾아다니며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하여 어려운 무안의 운명을 바꾸고 군민에게 진정한 봉사를 실현해 보겠다고 호소하였습니다. 그러나 8만 군민의 뜻과는 다르게 민주통합당 공천 모바일경선제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중간에 제 의지를 접어야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군민들께서 ‘이제는 무안군의 살림을 당신 같은 행정전문가가 한번 맡아야 한다’며 용기와 격려를 주셨읍니다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쉽고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박만호 전 후보께서는 38여년의 공직생활동안 주로 기획업무와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 그리고 전남의 전략산업 등의 주요 핵심 업무들을 담당했던데 군수 본 선거에도 뛰어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더 크겠군요?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면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저는 38여년 동안 말단 9급에서 도청 3급 국장직에 오르면서 직접 수행하였던 도정 종합기획, 산업단지 및 기업도시개발, 전남의 4대 전략산업 총괄, 각종 신규 시책 발굴 등 수많은 경험들을 살려 낙후된 고향을 위해 불태워 보려던 저의 염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며, 특히 전국 통합의학의 명의를 비롯한 유명 석학들의 새로운 정책개발자문 제의도 받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아쉬운 것은 군수권한대행하면서 신산업을 발굴하여 도와 중앙에서 지원받은 경험과 각종 기업의 투자유치 경험 등을 고향에서 한번 펼쳐보지 못한 점입니다.

◈ 공직에만 몸담아오다가 갑자기 지역정치판에 뛰어들어 군민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텐데 그동안의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사실 많은 인생 공부를 했고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먼저 무안은 깨어있는 분들이 많은 지역입니다. 가는 곳마다 이제는 행정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군수를 해야 한다며 격려해 주신분이 의외로 많아 힘이 났었습니다만 지역을 다니면서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왔던 말씀도 많았습니다. ‘에구! 38년간이나 공직을 해먹고 행정국장까지 했데, 자서전을 보니까 고생도 많이 했은께 인자 편히 쉬제 뭣할라고 나왔으까?’, 에구! 그 사람은 모든 면에서 가장 군수깜인데 돈이 없다고 하데!, ‘자네는 둘려서 나왔어, 돈 없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는 곳이 정치판인데 나중에 후회할걸세‘, 처음에는 다 잘한다고 한디 시켜놓으면 다 그놈이 그놈이드만! 이런 말이었습니다.

 또한, 지역의 현안문제들을 늘 걱정하고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들이 매우 많은 것 같지만 그러한 마음들이 하나하나 모아져서 지역의 에너지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상도 특이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누가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하고 질책하지만,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더 큰 불법행위들에 대해서는 누가 나서서 바로 잡으려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의 지역 살림을 맡길 일꾼을 뽑는 매우 중요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다문화사회에다가 총기까지 소지하는 불안한 나라 같지만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근원은 법조인들이 바로 서있고, 국민들의 투철한 고발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지방 정치문화가 어떻게 바꿔져야 한다고 보신지요?

 ◎아까 말씀드린 현장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은 지방 정치판을 잘 아시는 분들이라 안쓰러운 마음으로 해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그러한 잘못된 생각과 지역의 낡은 틀을 빨리 바꿔야 합니다. 선출직은 재물을 많이 가지고 지역에서 잘 알려진 자들만이 넘나들 수 있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지역 일꾼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전문직 출신들도 인물과 정책으로 경쟁하여 올바른 심판을 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하고, 주어진 임기동안 자기의 혼을 바쳐 일하지 않고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선거에서 낙선시키는 선진 시스템으로 하루속히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의 각급 사회단체를 비롯한 NGO 등에서는 자체 군민고발창구 개설과 함께 선거 감시활동을 전개하고, 선거 중에 불법행위를 한 후보에 대해서는 ‘범군민 표 안찍어주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올바른 일꾼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가지 않고서는 지방정치의 부패 고리는 영원히 단절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통합당이 가장 좋은 제도라고 한 모바일투표제도에 대해 말씀한다면.

 ◎저로서는 많은 피해를 본 제도입니다. 제가 공직자 출신으로서 제 우군이라 할 수 있는 공직자는 모바일선거인단 가입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스스로 선거인단 가입이 불가능하고, 생업에 바쁜 주민들은 전화를 걸어 가입하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선거인단 가입과 현장 투표 동원 시 금력과 조직력이 크게 개입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본 제도는 유권자가 직접 선거인단에 가입해야 하고, 현장투표소를 군단위에 1개소 설치함으로서 가입과 현장 동원 등에 따른 인지도, 조직력, 재력 등을 갖춘 후보가 매우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모순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문제점이 더 많은  제도는 더 이상 도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의 공천제도에 대한 견해는?

 ◎장단점은 있겠지만, 정당의 공천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군수는 행정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소속 정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눈치까지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기위해 모든 공력을 쏟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직까지는 특정정당의 공천은 바로 당선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 많은 군민들은 박 후보의 지지도가 계속 상승하여 차라리 무소속으로 본선까지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던데 이점에 대해서는?

 ◎사실, 저는 인지도가 매우 낮아 무소속으로 본선까지 가려고 마음먹었지만  같은 삼향읍 출신 ㅇ모 후보가 무소속을 고수하여 할 수 없이 당 공천 쪽을 택하였습니다. ㅇ모 후보는 늦게 민주통합당에 복당하여 예선 탈락함으로서 결국 삼향읍 출신 두 사람 모두가 공천을 못 받게 되었는데, ㅇ모 후보는 다시 무소속으로 나오게 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는 정당공천신청자 중 컷오프된 자도 당해 선거에 출마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별 가진 것 없이 고향발전에 이바지 한번 해보겠다는 의욕만으로 뛰어들어 비록 실패를 하였습니다만, 많은 군민들로부터 과분한 성원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다들 ‘크게 가진 것 없이 짧은 기간에 그 정도의 지지를 받은 것은 기적이다. 네가 승리했다’고 하십니다. 현실 정치판에 비추어 보면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우리 군민들은 무안의 어려운 현실을 걱정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깨어있는 분들이 많다는 징표로서 미래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어릴 적부터 소망해왔던 나무 키우며 잡글 쓰는 자유로운 일상으로 우선 돌아가지만, 그동안 군민들의 따뜻한 성원과 지지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향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에도 언제든지 앞장설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 무안은 도청소재지로서 인구 8만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산업구조와 예산규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선거 기간 중에 발생한 군민간의 갈등요인들을 하루속히 털어버리고 새로운 국회의원과 군수가 한 몸이 되어 지역발전에 매진해 나가기를 소망하면서, 군민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항상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담=이민행 CEO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