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산(巨山)이 갔다. 故 김영삼 대통령이.
그가 가고 난 후 생전의 공과를 쏟아내기 시작한 언론의 정보는 부지기수다. 크게는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와 ‘하나회’를 척결했다는 것이고, ‘외환위기’를 좌초했고 차남을 비롯한 측근의 비리로 말기의 추락한 지지율을 보편적으로 거론했다.
역대 대통령을 지내신 분들의 공과는 아직도 그 판단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단언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거산이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고, 그래서 그들이 일시적이나마 영어의 몸이 되었었다는 것이다.
비록 본인은 비틀림을 당하는 닭의 신세를 면치 못하기도 했었지만, 새벽이 올 수 없게끔 두 전직 대통령의 목을 비틀어 버린 것은 흉내 아닌 엄연한 사실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역사적으로 재정립시키는 단초가 되었음을 말하는 것인데, 아직도 우리 정치권에는 80년 5.18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평가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야 말로 5월 영령들의 체면을 여지없이 손상시키고 있음이 너무도 부끄러운 것이다.
그리고는 양김 시대가 갔다고 했다. 그 한 김이 아직 살아있다.
양김과 함께 했거나 지금도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입은 이구동성으로 ‘화해와 통합’을 유훈으로 여기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건만 그때만 해도 정치가 그토록 메마르지는 않았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있는 면목이고, 다툼과 용서, 투쟁과 포용, 여와 야가 구분되는 정치를 맛 볼 수 있었지만 지금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DJ가 가고 난 후 다시 YS가 떠나자마자 국민들은 지금의 정치권과 극명하게 대조해 내고 싶은 생각에서 현 정국을 비판 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지난 국무회의에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만날 앉아서 ‘립 서비스’만 하고, 자기 할 일을 안 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생각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분명 국회를 상대로 쏟아낸 말이다. 그러면서 여러 말 속에 도리와 감당 그리고 도전과 책임, 개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가면서 실질적으로 국회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진짜 그럴까?
여기에 덧붙이자면 내년 총선이 5개월여 남짓 남았다. 이를 준비하는 잠재적 예비 후보들은 링도 없는 경기장에서 알 수 없는 선수들끼리 허공에 대고 빈주먹만을 날리고 있는 신세로 영락없이 전락되어버렸고, 그에 따른 정치인 누구도 책임에 대해 변명은커녕 자기 보전에 정신이 없는 것 아닌가 싶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했는데 국회는 위법을 저지르고도 어떤 벌도 받지 않는 걸 보니 일단은 생각이 다른데 있거나 아니면 위대한 권력을 함축해 주는 말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럴듯한 ‘립 서비스’도 없으니 말이다.
국회가 그렇다 치자. 그런 말을 한 대통령 자신은 국민들에게 어떤 ‘립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우문일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은 지도층 모두에게 ‘립 서비스’가 아닌 사실을 듣고 싶어 하고, 거짓말에 대해서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것이다.
피폐한 삶을 처절하게 목 놓아 운 촌로 백남기 씨가 뇌사 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힘없고 지위조차도 없으니 물대포를 쏜 사람들이 병문안이나 오겠는가? 어떤 지위가 있는 사람이 “인간적으로 사과 한다”고 하면서 또 다른 여운을 남겼다.
국민들은 죄 의식 조차 없는 만연된 거짓의 연속에서 지난 세월이 무서웠고, 다가 올 시간들이 두렵기만 하다.
대통령과 국회로부터 립이 아닌 하트의 서비스는 요원한 것인가?